나와 그녀가 원하는 삶
이제는 비로소 삶의 중요한 가치를 꼽을 때 ‘돈’을 조금 더 후순위에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돈 보다 앞서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긴 지금의 나이가 좋다.
우리 부부는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 일에 우리를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서로와 좀 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삶을 바란다. 우리는 주저 없이 돈 보다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할 것이다.
강아지까지 셋이 함께 꼭 붙어 잘 때 행복하다. 강아지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제는 으레 산책을 가고 함께 병원에 가기도 하고 좀 더 예쁘고 좋다는 물건들을 사주려고 논의한다. 정해진 생활비 내에서 이것들을 늘려 가기 위해 우리는 좀 더 함께 요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가 재료 손질을 맡아주면 누군가는 불에 올린 볶음을 맡고 누군가가 예쁘게 음식을 담을 때 누군가는 정리를 하는 식으로 그 시간을 되도록 온전히 함께하려 한다. 추운 겨울, 일주일에 한 번씩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도 아내는 종이, 나는 플라스틱을 나눠서 버리고 함께 후다닥 집으로 달려 들어올 때 행복하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아내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아내는 자꾸만 되도록 동등하게 일을 나누려 한다. 난 그게 처음엔 미안했다. 남자로서 온전히 다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을 노력하니 또 다른 행복을 찾게 되었다.
호화로운 삶, 부유한 삶. 어쩌면 우리 부부에게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막연히 닿을 수 없는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삶, 어려운 것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삶이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계속하길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가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강아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