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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필 Jun 12. 2023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돌아와

돌아온다는 것의 의미

  와이프는 내가 출근할 때면 꼭 "잘 다녀와요"라고 해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올 땐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라"고 한다. 강아지의 격한 반김과 함께.


  벌써 십수 년이 된 한 드라마에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명대사가 있다. 당시 그 드라마를 보았던 나는 어린 아이였어서 헤어진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또 만났을 텐데 그럼 첫 번째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 사실 히트 했을 뿐 크게 공감 가는 '명' 대사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지만 요즘 들어 와이프가 다시 나에게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 때마다 와이프가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마음이 바뀌어 훌쩍 떠나버릴 수 있었을 텐데도 사랑하는 나에게 다시 돌아와 준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말.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도 와이프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괜히 멋쩍게 느껴지기도 했다.


  '돌아온다'는 말은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다. 서로가 예민해지기도 할 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일부러 상처 주려고 노력하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상대를 할퀴게 될 때 결국은 본인이 더 미안함을 갖게 된다. 보통 먼저 화낸 사람이 시간이 지나 감정이 누그러진 후에 더 미안한 자세가 되어 상대에게 사과를 하게 되는 식이다.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우리 강아지는 우리 부부를 아빠, 엄마로 인식할까 항상 궁금하다. 산책을 나가면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 뛰쳐나가려고 할 때나, 지나치며 만나는 강아지나 사람들에게도 반갑게 달려들어 모두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우리는 더럭 겁이 난다. 혹시 얘가 우리랑 있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닐까?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한 번은 실컷 뛰어놀게 해주고 싶어 사람이 없는 공터에서 목줄을 풀어 주기로 한 적이 있었다. 우리 강아지는 목줄을 풀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원 없이 뛰어다녔다.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멈추지 않다가 심지어는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다. 우리 부부는 계속해서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전속력을 다해 강아지가 뛰어간 쪽으로 쫓아갔다. 모퉁이를 돌자 저 멀리서 고개를 돌려 그제야 우리를 발견하고는 또 반갑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와 안겼다. 그때 느꼈다. 돌아온다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디를 가든 결국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따뜻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우리 가족에게로.


  어쨌든 강아지 목줄은 이제 풀어주지 않을 작정이다. 부모 걱정이나 시키고, 못 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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