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어도 멀고, 멀리 있어도 가까운 사람들
「아홉 번째 정오」
어떤 사람과는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다. 어떤 사람과는 오래 알고 지냈어도 끝내 이해할 수 없다. 관계는 그런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모든 사람이 내 곁에 오래 남아 있을 줄 알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고, 마음이 멀어지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고, 그 선은 손을 뻗는다고 해서 가까워지지 않는다.
가끔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어 두렵다. 모든 관계는 균형을 이룬 채 유지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한쪽이 더 기대고, 한쪽이 더 참으며 지속된다. 내가 애써 붙잡는 손이 상대에게는 그저 가벼운 악수였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서로를 오해한 채 살아가는 시간이 있어도, 그 순간의 진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까워진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닿았다고 믿는 순간에도 사실은 멀리 서 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관계란 그런 것 아닐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오해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며 살아가는 것.
나는 오늘도 한 사람을 떠올린다. 언젠가 멀어졌지만, 한때는 내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 그 사람도 가끔은 나를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서로를 오해한 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