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재테크 마인드로

by 온행


│돈이 곧 정성이라는 착각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말이 돈을 많이 쓰겠다는 말로 치환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뭐든지 해주는’ 마음이 부모의 허세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를 위한 물건을 구입할 때는 한 가지 조건만 따지면 된다: 연령에 적절한 기능을 제공하는가. 신생아 시절부터 두 돌 무렵까지는 월령별로 필요한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그 사용 기간이 현저히 짧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필요한 물건 중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 (젖병, 쪽쪽이, 스푼 등)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중고로 구입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 기간이 짧기 때문에 내구성을 따질 필요도 없고, 아이가 취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딸에게 파란색 보행기를 태워도 되고, 아들을 핑크색 아기 침대에서 재워도 되는 시기이다. 당근마켓을 이용해도 좋고, 지인들에게 나눔을 받아도 좋다. 아이를 그렇게 키운다고 해서 누구도 나를 가난해서 아이에게 돈을 못 쓰는 부모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현명하게 소비하고, 자산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 10년 후 아이에게 더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유아기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 선배 부모들에게 그렇게 할 필요 없다는 조언을 들어도 요지부동이다. 이미 교육관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도 '그렇게 할 필요 없다'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몬테소리 교구를 단계별로 들여서 집에서 가지고 놀게 하는 것보다 흙놀이터와 체험형 박물관 등에서 자유롭게 손을 조작하도록 두는 것이 더 낫다. 부엌에 있는 냄비들을 다 꺼내서 크기 별로 얹어보게 하고, 그 안에 공을 넣어서 굴려보고, 숟가락으로 두들겨보게 하는 것이 더 낫다. 깨끗한 운동화를 꺼내서 운동화 끈을 빼 보고 껴 보게 하면 된다. 빨래를 하고 갤 때마다 수건을 돌돌 말게 내버려 두고, 단추를 끼웠다 뺐다 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된다. 인터넷에서 ‘몬테소리 교구’를 검색해서 이미지를 살펴보면 내가 이 활동들을 왜 나열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대체할 수 없는 수학교구들도 물론 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구가 있다면 단품으로 구입하면 된다.


수백만 원대의 영어 교구 풀세트도 인기다. 세 돌 전 문자 교육은 부모의 만족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유아기 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부모가 소리 내어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조기 영어교육의 장점보다 이른 미디어 노출로 인해 아이의 뇌와 시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폐해가 더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영아 대상 영어책은 기본 수준의 어휘를 담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브랜드 값을 치를 필요 없이, 그림이 예쁘고 내용이 평화로운 그림책과 조작책을 접해보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육아는 언제나 옳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찾아 자유롭게 책을 만져보게 하고, 몇 권을 빌려와서 집에서 잔뜩 읽어주면 된다. 전집이 필요하다면 나눔과 중고거래를 활용하면 충분하다. 나도 집에 전집을 몇 질 가지고 있다. 중고로 구입해서 두 아이에게 읽히니 본전을 뽑고도 남는 기분이다.



│자녀 교육비 계획 세우기


아이 나이에 ‘0’을 붙인 것이 교육비의 평균이라는 말이 나돈다. 5살이면 50만원, 10살이면 100만원. 사립 유치원은 부모 부담 교육비가 30만원~50만원 쯤. 어린이집도 교육비는 무료이나 특성화교육비와 현장체험비가 들기 때문에 월 10만원 쯤은 부담해야 한다. 유아~초등학생 대상 동네 미술학원이 주1~2회에 15만원 쯤, 피아노 학원 주2~3회에 15만원 쯤, 태권도 학원 주5회에 15만원 쯤.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은 논외로 하겠다. 맞벌이 부부가 칼퇴 후 집에 달려와도 5~6시 이후가 되어야 하니, 주 교육 기관 이외에 한 군데만 더 학원을 보내더라도 5살에게 50만원의 교육비를 써야 하는 현실이 이해가 된다.


아이 학원에 내 노후자금을 쏟아붓고 싶지 않다면, 교육비 지출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는 일이 필수적이다. 남들 하는 만큼 따라 하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에듀케이션푸어'가 되어버린다.


4살 아이를 둔 부부 사이에 이런 논쟁이 많다. 영어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교육기관의 장단점은 부부가 의논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미리 상담을 통해 한 달 교육비를 파악하고 충분한 계산을 통해 예산을 잡아야 한다. 학원은 어느 수준까지 보낼 것인지, 예체능 교육에 어느 정도 투자할 것인지, 학업에 뜻이 없어 보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비가 고정비로서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을 감안하고 지출과 대출원리금 등을 조정해야 한다.


가정마다 교육관이 다르니 정답은 없다. 나의 경우는 참고만 하기 바란다. 나는 영어유치원에 부정적이었고, 남편은 긍정적이었다. 남편은 회사 생활 내내 ‘내가 영어만 잘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느껴왔기에 아이들은 영어를 편하게 느끼기를 바랐다. 나는 일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많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갈등 상황을 접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아교육 전공자들의 세심한 케어와 지도가 더욱 중요했다. 산책 등 일상적인 외부 활동과 바깥 놀이터 등 환경도 갖춰져 있기를 원했다. 결론적으로 아이 둘 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시켰고, 일찍 한글을 떼고 바깥 활동을 충분히 하며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사회성을 기른 것에 만족한다.


사교육의 카테고리가 다양하니 필수적인 분야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시기까지는 예체능 교육이 중요하고, 어느 과목은 꼭 학원에 맡겨야 하고 이런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유아기~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르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목표에 집중하여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하게 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체력을 키우는 데에는 심폐지구력이 결정적이라고 하고, 키 성장에는 무릎을 자극하는 운동이 좋다. 이렇게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걸맞은 예체능 교육을 한 두 개만 선택하여 꾸준히 하게 하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교육비 지출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치관 정립과 우선순위 설정 없이 주변에서 하는 대로 사교육비를 늘리면 정작 큰돈이 필요한 시기에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할 수도 있고, 고3 때 갑자기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 않는가.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에 집중하여 키우고, 미래에 쓸 교육비 한방을 아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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