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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May 01. 2019

20. 다이어트의 시작

여행을 갔다오니 역시나 체중이 불어났다.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뚱뚱한 사람이다. 부모님도 평균 체중보다 아래였고, 형제들은 표준 체중, 즉 딱 보면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나만 얼굴은 둥글넙적, 몸도 통통한, 아이 때는 어른들이 보면 "통통해서 귀엽다"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엄청난 체중의 증가는 성인이 되어서 세포들의 저장소에 뚱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트포인트가 꽤 높은 사람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1년 동안 의도된 다이어트가 되어서 상당한 감량을 보였다. 선배들이 나를 보고 '인간 승리'라 했을 정도이다.


그 후로부터 항상 내 몸과의 전쟁이었다. 남들보다 좀 많이 먹거나, 아님 덜 움직이면 바로 살이 찐다. 유행하던 다이어트들을 자주 실시하면서 몸은 점점 다이어트에 둔감해졌고, 이제는 웬만한 다이어트에 꿈쩍도 안한다. 물론 쉽게 살은 찐다. 꼭 기름값이 내려갈 때는 한 숨 쉴 정도라면 올라갈 때는 총알 같이 올라가 듯이 말이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 다이어트를 해보신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살이 빠져서 살을 찌우려 하신 적은 있다. 그런데 두분의 식습관이나 운동을 보면 참다르다. 아버지는 하루 세끼 식사를 꼬박꼬박 하시는 분이고, 일을 하실 때는 그 당시의 직장인이 그러하듯, 일주일에 2~3일은 술과 새벽 귀가이셨다. 보통 이렇게 되면 배가 나오고 살이찌고, 그로인한 고혈압, 당뇨병이 생길만도 하신데 전혀 없으셨다. 군것질도 좋아하시고, 담배도 술도 많이 하신 분이다. 

단, 젊었을 때부터 새벽 걷기가 아버지의 모든 운동이었다. 아주 과하게 술 드신 때가 아니면 항상 새벽 5시부터 한시간 걷기(뛰는 거 아님)그리고, 퇴직 후에는 주말 1회는 근처 공원에 아침에 일찍 나가서 2~3시간 씩 걷는 것이 본인 체력관리의 모두였다. 그 흔한 헬스클럽 다니면서 근육운동 하신적 없지만 팔순이 넘으신 지금도 드시는 한줌의 약도 없다. 


반면 어머니는 원래 호리호리한 체형이셨다. 위장계통이 좋지 않은편이여서 평소 식사를 많이 하실 수 없었고, 고기 등의 섭취도 쉽지 않았다. 직장다니면서 우리들을 키우셨던 워킹맘이셨기에 운동하실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셨고, 그래서 인지 살이 찔 시간이 없었다.  어머니는 섭취량이 적고 살림을 많이 하시다보니 살찔 시간이 없었고, 아버지는 꾸준한 걷기가 건강과 몸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많이 안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이다. 가장 기본적인 다이어트는 적게 먹고, 많이 운동(움직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게 먹고 싶지 않고, 운동하고 싶지 않다보니 각종 다이어트 식품과 약을 먹게 되는 것이다. 요즘 간혹 SNS상에 실컷 먹으면서 운동하면 건강하게 다이어트 할 수 있다라는 글을 많이 보는데, 실제 그 분들 먹는 양을 보면 '저렇게 먹으니 살이 빠지지'가 절로 나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진 식단이거나, 아니면 안 먹는다. 하루에 한 끼나 두끼 먹고 저녁은 안 먹으며 운동하니 당연히 빠질 수 밖에 없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먹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었었고, 집에서 잠시라도 스트레칭하고, 다이어트 비디오 보고 따라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바빴고, 식단 조절도 없어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 신진대사는 더 느려지고, 근력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당연히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따라하기 전에 몇시에 먹고, 뭘 먹는지 먹는 습관, 얼마난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는지의 습관 그런 것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살빼고 싶어요가 아니라, 그렇게 자신을 분석한 뒤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말 살빼고 싶은가라고. 본인이 의지가 없이 단순히 살 빼야하는데 소망만 갖는다면 그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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