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은 어떻게 진행될까?
새로이 연재하는 브런치북의 1화를 쓰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아직 첫 상담을 받은 날의 상담 일지와 그날 썼던 일기도 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새하얀 화면에 목차를 쓰며 정해뒀던 '두근두근 첫 상담'이란 제목을 쓰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 모양이 일그러지면서 세상 못난이 같은 표정으로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부엌에 엄마가 있던 터라 엄마한테 들리지 않게끔 소리를 죽여가며 엉엉 울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펑펑 울어본 게.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저번 연재를 통해 떠올릴 만큼 다 떠올리고 쏟을 만큼 다 쏟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요즘 꽤나 행복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슬픔은커녕 새로운 연재의 시작점에서 매우 신나 있는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책상에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눈물을 쏟고 있는 스스로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마음이 진정되고 난 뒤 생각해 봤다. 나는 왜 글을 쓰기도 전에 '두근두근 첫 상담'이란 짧은 단어를 보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을까?
*진행한 것
1. 개인 상담 약 1시간 반씩 진행. 그동안 다른 한 명은 여러 검사지 작성.
2. '이마고 대화법' 배우기 (나중에 자세히 다룰 예정) - '나는'으로 시작해서 말하기 마주 보고 연습.
3.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얘기함.
나 - '왜 나는 고집을 꺾지 못할까? 왜 남편을 화나게 할까?'에 대한 이유와 해결 방법이 궁금하다.
남편이 화를 조절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남편 - 아내가 자기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 수용 받은 적이 없다고 느낀다.
*상담 선생님의 분석
1. 남편이 나에게 화내는 이유는 동일시가 너무 커서이다. 남편에게 나는 처음으로 생긴 온전한 '나의 것'이라 "내 거야"라는 생각이 크다. 그래서 내 맘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게 잘 안되니 분노가 생긴다.
2. 내가 남편의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 남편이 화나서 했던 얘기들은 대부분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다.
예시) 죽으려고 환장했어?? -> 네가 다칠뻔해서 나 너무 무서웠어!
→ 과격하게 말하는 남편 말에 기분 상하기보단 "남편이 나를 걱정하는구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3. 남편의 마음에는 가족과 관련해 풀지 못한 분노가 있다. 이 감정을 해소하고 정리하는 건 앞으로 전적으로 남편의 몫이지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길 기대하지 말자. 성장은 온전히 남편에게 맡겨야 한다.
*느낀 점
나 - 남편이 아주 협조적이어서 다행이고, 남편도 나와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 느꼈다. 상담받기로 마음먹어준 남편에게 고맙고 앞으로 좀 더 행복해질 거란 희망이 생겼다. 정말 잘 왔다!
남편 - 속에 있던 얘기를 하니까 생각보다 후련하고, '내가 이런 상태였구나' 알게 돼서 좋았다. 지금까지 버텨준 아내에게 고맙고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보통 개인 상담을 먼저 진행한다. 둘의 사이가 안 좋을수록 상담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2회 차, 3회 차까지 개인 상담으로만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도 같이 상담했다면 서로를 의식해 솔직한 얘기를 못 했을 수도 있고, 한 명이 얘기할 때 "내가 언제 그랬어?" 혹은 "자기 좋은 쪽으로만 얘기하지?"라며 끼어들거나 어이없어하는 등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거 같다.
서로에게 쌓인 깊은 오해와 불만, 그리고 각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과 생각 등을 상담 선생님이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개인 상담은 꼭 필요하다. 이 시간엔 우리의 문제와 갈등이 생기게 된 배경, 가족 관계 등 우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에피소드를 비롯해 앞으로 원하는 방향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각각 1시간 반 정도의 개인 상담 후 나머지 한 시간은 둘이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많은 부부가 그렇듯 우리가 사소한 것에서 자꾸 싸움이 커지는 이유는 잘못된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보통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단계 없이 자신의 얘기만 관철하려고 하니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누군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으면 다른 한 명은 일단 얘기를 끊지 않고 들어 준 후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대화할 때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 번째, 상대방이 대화할 시간적, 감정적 여유가 있는지 물어보고 동의할 때만 이야기를 시작할 것.
두 번째, '네가', '너는' 이렇게 시작해 주로 상대방의 잘못을 비난하는 대화는 금지. '나는', '내가' 등으로 시작해서 내 감정과 내가 원하는 것에 관해서만 얘기할 것.
우리는 이 두 가지 포인트와 함께 마주 앉아서 '이마고 대화법'을 배우고 연습했다.
*이마고 대화법은 1년의 상담 기간 동안 계속 연습해야 했을 만큼 우리에게 필요하고 부부관계 개선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화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14화: 부부상담을 통해 배운 것 1>에서 따로 자세히 다뤘다.
상담을 마친 뒤 1층으로 나온 우리의 손은 꼭 쥐어져 있었고 눈에는 애정이 넘쳤다. 서로를 오해하고 아프게 했던 지난날들과 켜켜이 쌓인 불신, 그리고 미움까지 다 사라져 버린 듯 그렇게 서로의 손을 움켜잡고 잡고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두근두근 첫 상담'이라는 말에, 내 손을 꽉 잡던 남편의 손힘,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애틋한 눈빛, 그걸 보며 드디어 행복한 결혼생활이 펼쳐지겠구나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 버린 거 같다. 찰나에 느껴졌던 수많은 감정과 감촉이 떠올라 참을 수 없이 슬퍼져 버린 거겠지.
그 천진한 모습이 결국 우리가 마주한 가슴 아픈 결말과 대조되면서 참 안쓰럽고 딱하게 느껴졌다. 이런 미래가 올 거라곤 한 치의 의심도 없던 나의 믿음과 바보 같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측은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 벌어질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희망에 차있는 나의 모습이 선명히 보여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