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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14. 2022

멍 때림을 위한 세팅법


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도 머문다.


 때림을 위해서는 최소한  킬로미터 시야가 트인 장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좁은 방에 앉아서 벽을 보거나 누워서 천장을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산이나 바다, 또는 강이 있는 곳이 알맞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멀리 어디라고  집을  없는 곳에 시선을  던진다. 그러고 나서 생각이 최적의  때림 주파수에 알아서 맞춰질 때까지 기다린다.


지루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무엇이 있다면 더 좋다. 나무 장작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불꽃.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이동하는 개미.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계곡의 물줄기.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구름. 여기에 적당히 소리까지 곁들여지면 멍 때림은 최고조에 이른다. 풀벌레 우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이곳에서는 누군가에게 멍한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나의 안위가 지켜진다. 회사라는 공간은 멍 때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산책로에 놓인 벤치도 그렇다.


눈앞에는 끝없는 허공이 펼쳐지고

풀벌레 소리가 리듬을 타며

느리게 움직이는 존재들이 많은 시골에서

최고의 멍을 때렸다.




#물멍 #산멍 #불멍 #별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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