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머무는 곳에 마음도 머문다.
멍 때림을 위해서는 최소한 수 킬로미터 시야가 트인 장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좁은 방에 앉아서 벽을 보거나 누워서 천장을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산이나 바다, 또는 강이 있는 곳이 알맞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멀리 어디라고 콕 집을 수 없는 곳에 시선을 툭 던진다. 그러고 나서 생각이 최적의 멍 때림 주파수에 알아서 맞춰질 때까지 기다린다.
지루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무엇이 있다면 더 좋다. 나무 장작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불꽃.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이동하는 개미.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계곡의 물줄기.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구름. 여기에 적당히 소리까지 곁들여지면 멍 때림은 최고조에 이른다. 풀벌레 우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이곳에서는 누군가에게 멍한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나의 안위가 지켜진다. 회사라는 공간은 멍 때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산책로에 놓인 벤치도 그렇다.
눈앞에는 끝없는 허공이 펼쳐지고
풀벌레 소리가 리듬을 타며
느리게 움직이는 존재들이 많은 시골에서
최고의 멍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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