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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18. 2022

팔굽혀펴기 1회와 비스킷 1조각


팀 페리스가 쓴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는 매트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억만장자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는 '팔굽혀펴기 1회'다. 10회도 아니고 딱 1회. 그는 쉽게 쉽게 습관이 들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 말한다. 습관이 되면 두 번, 세 번, 열 번으로 늘려갈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군것질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했던 첫 시도도 누가 봤으면 이게 뭐야 소리를 들었을 만큼 보잘 것 없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15년도 더 전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판매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초코틴틴이라는 얇은 비스킷이 있었다. 그날 나는 한쪽 면에 초콜릿이 발린 그 과자를 먹고 있었다.


군것질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날도 달달하고 바삭한 가공식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한번 뜯으면 다 먹는 평소 습관대로 나는 초콜릿 포장지 바닥을 보는 게 목표인 사람처럼 과자를 입에 넣었다. 그런데 반쯤 먹었을까. 처음에 먹고 싶었던 욕구가 채워졌음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만 먹고 남기면 좋았을 텐데 나는 멈추기가 어려웠다. 내 마음속엔 '한번 뜯으면 과자를 끝까지 먹는 나'라는 이미지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내가 왜 이 과자를 다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오랜 습관과 굳혀진 이미지에 대항한 실낱같은 저항이 시작됐다.


'왜 굳이 이걸 다 먹어야 해? 그럴 필요는 없어.

당은 충분히 충전됐고 그만 먹어도 별로 아쉽지 않을 것 같아.'

이 와중에도 내 손은 쉬지 않고 과자를 집어 들었다.


'여기서 멈추면 남은 과자는 어떡할래?

눅눅해질 테고 그럼 버려야  텐데 아깝잖아.'


양쪽의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그러다 한쪽이 상대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과자를 남기기로 극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합의가 끝나고 비스킷을 봤을 땐 이미 99 퍼센트가 사라진 후였고, 눈앞에 덩그러니 남은 건 고작 작은 조각 하나였다. 온전한 한 장도 아닌 4분의 1조각이었다.


나는 맥이 빠졌다. 고작 이게 남았다니. 조금 더 빨리 결정을 내렸으면 좋았을걸.

 '어떡하지. 겨우 이건데 그냥 먹을까? 다음번에는 이보다 더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다음번에도 오늘처럼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쩌면 다음번에는 오늘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미루지 않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이 조각이 결코 작은 게 아닐 수 있다. 한 조각일지언정 과자를 남겨본 경험. 이것이 내 앞 날에 영향을 주어서 이후 또 한 번 과자를 남기는 경험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미미하다고 하기에도 너무나 미미한 비스킷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든 군것질을 줄이고 싶은 내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두려움도 같이 실험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과자가 눅눅해지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봉지에 과자 조각을 넣고 닫아두었다.


이때 남긴 작은 비스킷 한 조각은 이후 식습관을 바꾸는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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