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Aug 22. 2021

먹는 데 시간을 이렇게 많이 썼다니!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제1화

어렸을 적 저는 어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어른들은 항상 바쁠까? 왜 저렇게 늘 심각한 표정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다음에 크면 나는 여유 있고 즐겁게 살아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던 제가 어느 날 저라는 사람을 들여다보았더니 그때 제가 말했던 어른과 어딘가 닮아 있더군요. 그 무렵 저는 이상하게 시간이 없다는 말을 부쩍 자주 내뱉었습니다. 제 나이 서른 초반 즈음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어른'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말은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것 같습니다. 경제활동에 하루의 대부분을 쏟고 나면 오롯이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길어야 두어 시간이지요. 그 시간의 상당 부분마저 무엇에 쓸까요? 네, 경제활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데 씁니다. 삼십 대 이후로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느낀 것이 이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를 거라는 걸 예감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평일은 회사를 가야 하니 그렇다 치고, 24시간이 다 내 것인 휴일에도 시간이 없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어느 주말 밤, 이렇다 하게 한 것 없이 흘러가버린 하루를 찬찬히 되돌아봤습니다. 보통 직장인들이 그렇듯 저도 월요일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주말이었지요.


간만의 여유에 오전에는 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먹고, 설거지하고,  배를 꺼뜨리며 쉬었습니다. 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클이 하루 동안 세 번 이상 반복되었더라고요. 사람이 하루에 세끼를 먹는데 세 번 그 이상이었습니다.  끼니 외에 간식도 수시로 챙겨 먹었더군요. 눈을 떠서 잠들기 전까지 상당 부분의 시간을 먹는 데 썼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24시간이라는 제 시간은 먹느라 새고 있었던 거예요. 별달리 한 것도 없이 주말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습니다.



물론 먹는 것은 중요합니다. 잘 먹어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지요. 그런데 필요량보다 많이 음식을 먹는 것, 배고픔을 느끼지도 않는데 습관적으로 먹는 간식은 사실 안 먹어도 되는 것이지요.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돈 보다도 귀한 게 시간이니까요.


제가 시간이 무한정 많다면 하루에 다섯 끼 여섯 끼를 먹은 들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런데 제가 가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지금처럼 먹는 데 시간을 흘려보내면 30대가 훌쩍 지나가고 40대가 되고 50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상상하자 두려웠어요. 그건 제가 바라는 삶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제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게 살고 싶었어요. 그러자면 먹는 것이 아닌 저에게 의미 있는 다른 활동들에 시간을 끌어와야 했습니다.


바빠서 운동을 못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바빠서, 바빠서, 바빠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바빠서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시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소식하는방법  #소식하기 #소식  #적게먹기 #적게먹는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