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Sep 05. 2021

소식하길 참 잘했습니다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제3화-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수시로 음식을 찾아서 먹던 습관을 버리고, 음식 앞에 무덤덤해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다음날 두 걸음 뒤로 퇴보했어요. 충분히 먹었다는 걸 알면서도 허기와 수 없이 마주해야 했고, 지금의 정도로 소식을 무던히 할 수 있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저에게 맞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과정도 있었는데요. 너무 적게 먹으면 금세 배가 고파져 번거로웠고, 배가 찬 듯 안 찬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식사를 마치기 적당했습니다.

솔직히 소식을 하고서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제 몸이 음식이 소화되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몸이었다는 사실을 소식을 하면서 알았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동안 필요 이상의 음식을 몸에 넣어줬다는 건데, 그때마다 쉼 없이 소화 운동을 하느라 제 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생각해보게 됐고요(소식에 이은 다음번 과제는 기초대사량 높이기로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이제는 소식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는데요. 없던 피부질환이 스멀스멀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최근에 식사를 어떻게 해왔는지 묻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을 들었을 때야 아차! 싶었습니다. 적게 먹는 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 편식을 했던 거죠. 우유와 시리얼을 후루룩 마시고 소식했으니 된 거라고 저처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먹는 저의 식생활을 반성했고, 언뜻 보기에 크게 영양가가 없어 보이는 채소나 과일도 먹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그 안에도 좋은 영양소가 들어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다 보면 언제든 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서툴렀지만 소식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힘이 나는 게 아니라 힘이 듭니다. 예전에 소식을 하는 데 노오력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많이 먹는 것보다도 힘이 덜 듭니다. 소식하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소식이 저와 잘 맞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좋은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인데요. 다크서클이 엷어졌고, 머리숱이 많아져 M자형이었던 이마가 둥근 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속이 전보다 편하고 잠도 깊이 들게 되었고 집중력과 지구력도 좋아졌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런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식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많아졌고, 먹는 것에 쓰던 돈을 절약해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도 만족스러운 변화입니다. 이렇듯 좋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삶의 방식으로서 소식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4화에서 계속)


#소식하는방법  #소식하기 #소식 #적게먹기 #적게먹는방법

이전 02화 나도 소식(小食)을 해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