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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Sep 21. 2021

10분 누워있기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제5화 -


저는 소식을 연습하는 동안 무엇보다 마음을 돌보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서 기복이 심했거든요. 어느 날엔 소식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하고, 어느 날엔 인내심이 바닥이 나서 원하는 대로 먹었습니다.


가만히 관찰해보니, 인내심이 바닥난 날은 몸과 마음이 피곤한 날인 경우가 많았어요.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었습니다. 피곤해서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 무언가를 먹었고 주로 가공된 탄수화물이었어요.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휴식을 뒤로 미루고 먹으면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소식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먹지 않고, 힘이 나면 움직이고, 피곤하면 쉬고. 이게 자연스러운 건데 피곤하면 먹는다?

저의 행동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깨달은 저는 습관을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자면 제가 탄수화물의 유혹을 가장 많이 받는 때인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저녁시간을 조심해야 했어요.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날 소식에 성공하고 실패했으니까요. 이 고비를 잘 넘기기 위해서 저는 매일 퇴근길에 저의 컨디션을 살폈습니다. 몸이 피곤한지 마음이 피곤한지 아니면 배가 고픈지를 파악했어요.


그렇게 제 컨디션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배가 고픈 경우는 열에 한 번 뿐이고, 대부분의 경우 ‘쉬고 싶은 게 우선’이라는 사실을요. 네. 저는 생각했던 것보다 음식을 탐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휴식이 자주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해결책을 찾은 거지요. 피곤하면 먹을 걸 살게 아니라 집에 가서 쉰다!


이후로 마트에 들르지 않고 빈 손으로 집으로 가는 게 쉬워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났습니다. 집에 오긴 왔는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피로를 풀 방법을 찾다가 아주 단순한 방법 하나를 떠올렸는데요. 그냥 바로 눕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씻은 후 베개를 베고 편하게 누웠습니다. 이 상태로 10분 동안 눈을 감고 있기로 했지요. 사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누워있는다고 피로가 풀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점차 어색함이 밀려왔습니다. 생전 안 하던 행동이었으니까요. 이게 뭐라고 말이죠.


조금 있으니까 내면에서 비판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하고 왔다고 이렇게 오자마자 눕느냐고 하더군요. 그 비판자를 콧웃음 치며 무시해버리고 옆에 둔 스마트폰에서 음악 하나를 켰습니다. 나른해 보여서 일부러 고른 노래는 가수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낮잠>이었어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쉬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니 살며시 노곤해졌습니다.


그렇게 10분을 있은 후 몸을 일으켜 일어났는데요, 웬걸요.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컨디션이 회복되었습니다. 파도치던 식욕도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잔잔해져 있더군요.


제가 퇴근 후 가장 원했던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었단 걸 그렇게 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이후 저는 피곤한 날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워서 이 노래를 켜곤 합니다. 저만의 리추얼입니다.


저에게 소식의 영역은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식사이고, 나머지 하나는 간식이에요.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그런대로 할 만했지만 간식을 줄이기가 정말이지 어려웠는데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이 리추얼 덕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고 간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에 없던 간식도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저는 정말 먹고 싶을 때만, 정말 먹고 싶은 간식만, 사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놓지 않으면 생각도 덜 납니다.


외출 후나 퇴근 후에 가장 먼저 쉬기부터  보세요. 혹시 아나요. 피로가 씻은 듯이 풀릴지 말이에요. 더불어 식탐까지 잔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소식하는방법 #소식하기 #소식 #적게먹기 #적게먹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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