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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Sep 26. 2021

숫자 1 이 만드는 착각에서 벗어나다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제6화 -


혹시 그런 분 계신가요? 작은 과자든 큰 과자든 한 봉지에 담겨 있으면 한 번에 다 먹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분이요. 한 번에 먹어도 문제가 안 되니까 한 봉지에 담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분이요.

식품회사를 신뢰하고 안 하고와는 별개로, 제가 그렇습니다.


식품 포장지를 보면 1회분 또는 총분량에 대한 영양성분표가 쓰여 있지요. 그런데 이 양이요, 이거 누가 정한 건가요? 네 식품회사가 정합 겁니다. 저는 탄수화물을 조금이라도 덜 먹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는데요. 늘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1회분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당시에 제가 다니던 회사에 한 여자 동료가 있었는데요. 체구가 작고 마른 친구였어요. 옆자리에 앉은 이 친구가 어느 날 봉지 과자 하나를 뜯었는데 몇 개를 먹고는 갑자기 먹다 말더군요. 그러다가 오후에 또다시 몇 알을 먹어요. 그러곤 이번에도 더는 먹지를 않았습니다. 이후 과자는 한동안 그 친구 책상 위에 놓여 있었어요.


그걸 본 저는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그 친구에게 1회분은 고작 과자 몇 알이면 되었던 거죠. 과자 한 봉지를 열면 보통 그 자리에서 다 먹는 '문화'에서 살았던 저는 과자 한 봉지를 여러 번에 나눠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선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식품회사가 정해놓은 1인분을 성실히 지켜왔던 저로서는 그녀의 행동이 놀라웠습니다. 1인분이라는 숫자에서 그토록 자유로울 수가 있다니 말이죠.


그동안 제가 '1'이라는 숫자가 주는 착각에 빠져있었음을 깨달았고, 그때 알았습니다. 1회분은 식품회사가 아니라 제가 정해서 먹으면 된다는  사실을요.


그날 이후 저는 과자 한 봉지를 여러 번에 나눠서 먹는 '실험'을 해보게 됩니다. 네, 저에게는 실험이었습니다. 가능할지 여부를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식품회사가 정해준 1이라는 숫자를 옆으로 치워두고 저에게 맞는 1인분을 찾아 나섰습니다.


실험은 성공이었습니다! 저도 할 수 있더군요! 1 봉지였던 과자가 때로는 2 봉지가, 때로는 3 봉지, 4 봉지가 되었어요. 그렇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저의 1회분'을 찾았고, 이후 저는 식품회사가 정해놓은 1회분이라는 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습니다.


작은 접시에 과자 한 줌을 더는 순간 1 접시가 됩니다. 머릿속에 1인분이란 생각이 들어옵니다. 이런 숫자 놀이는 과자 외에 모든 음식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간식을 먹을 때 쓰는 접시를 따로 정해둡니다. 홈런볼 8~10개 정도가 담길 만한 작은 사이즈입니다.

간식 양을 조절하고 싶은 분이라면 저처럼 작은 그릇에 담아서 드셔 보기를 권합니다. 1 봉지가 마법처럼 2~3 봉지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 (덜어 먹는 과정이 귀찮아서 먹다가 멈추게 된다는 것도 이점이라면 이점입니다).


(7화에서 계속)


#소식하는방법 #소식하기 #소식 #적게먹기 #적게먹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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