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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10. 2021

Enough! 이만하면 충분해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 제8화 -


소식을 시작할 무렵 알게 모르게 두려웠던 게 있습니다. 때로는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괴로움보다 훨씬 큰 힘으로 저를 가로막았는데요. 그건 바로 적게 먹으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가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입맛도 없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도 조금 더 먹어야 될 것 같거나 혹은 먹어야 힘이 날 것 같단 생각에 음식에 손을 뻗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제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두려움 같지요. 소식을 한다고 해서  물만 먹고살 것도 아닌데 쓰러지긴 왜 쓰러지며, 쓰러지기 전부터 몸이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올 테고 그때 밥 한 끼 뚝딱 먹고 회복하면 될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비켜가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결국 이 때문에 소식에 여러 차례 실패했어요.


상황이 반복되자 이 녀석에게 화가 단단히 뻗친 저는 날을 잡고 한번 제대로 싸워보기로 했습니다. 적게 먹고 쓰러지는지 안 쓰러지는지 실험을 해보고 실제로 쓰러진다면 두 번 다시 소식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사람은 적게 먹는다고  쓰러지는 존재가 아니더군요!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는데, 이 두려움을 넘어서니 참 통쾌했어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꽁무니를 빼고 달아난 두려움은 이후에도 종종 찾아왔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해”

“충분히 먹었어”

“Enough!”


그 전에도 식탐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를 이런저런 말로 설득해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먹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일종의 생존 본능에서 온 것 같아서 "이대로 충분해"라는 말로 안심을 시켜보았던 건데요.


충분히 먹은 게 사실인지라 마음속 저항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표현이 긍정적이어서인지 효과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Enough!라고 적은 종이를 방에 붙여두고 오고 가며 보았어요. 지금도 아마 제 무의식 어딘 가에 저장되어 있을 겁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그로 인해 병에 걸리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는 많이 먹으면 힘이 난다,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는 기존의 관점을 새로운 세상에 맞게 업데이트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해"


이 한 마디는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안심시키는 효과 좋은 주문입니다.





(9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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