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이야기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물러가나 했는데 웬?
태풍이 온단다.
차라리 폭염이 낫겠다 싶다.
한번 오면 걷잡을 수 없고 어디서 어떤 피해를 줄지, 뭘 얼마나 망가뜨리고 갈지 알 수가 없으니
할 일이 손에 잘 안 잡히고 자꾸 하늘을 자꾸 보게 된다. 이래서 옛날 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드렸나보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되지?
날아갈 지도 모르는 물건은 다 안으로 들여 놨고, 창문에 손 볼 곳은 없고.
더 할 일이 있을까?
초조하다.
정말이지 산다는 건 쉽지가 않다.
자연 현상 앞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적다니. 사는 게 허무하게 느껴진다.
애써 만들어 놓은 게 바람에 쓰러지고 물에 잠겨 못 쓰게 되고.
'쓰레기 줄이면 뭐해? 이제 다 끝난 거 아냐?
해도 소용없을지도 몰라'
이런 저런 노력을 잘 하다가도 종종'회의'란 녀석이 밀려오는데, 오늘은 태풍탓에 특히나 감당하기 힘들다.
이렇게 치열하게 플라스틱 줄여서 뭐해? 관심 있는 사람들만 해서 뭐가 될까?
그렇게 무기력한 채로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창 밖으로 소리가 들려온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다.
내일 태풍이 오기 전에 치워야 비바람에 날리거나 떠내려가지 않겠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렇게 덤덤하게 할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걱정에 사로잡혀있는 나에게 유약하다고, 오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서 뭐 하느냐고 하려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걱정을 하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거니까. 다르게 보면 생각이 깊은 거지.
그래도 걱정 양은 좀 줄이는 게 좋겠어.
지금은 지난 주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났다. 솔릭도 생각보다 잠잠히 물러났다.
그런데 오늘은 종일 비가 온다. 폭우 피해가 잇따르고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곳도 있다.
이번 여름 참 쉽지 않다.
더는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