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니언수프 Dec 11. 2021

11월 경주 여행

퇴근길숯불갈비, 동궁과월지, 라한셀렉트 경주 조식, 경주산책

11월 26일 금요일

아빠의 직장을 따라 어릴 적 약 3년 정도일까 살았던 경주, 몇 년 만에 오는지 모른다.

한번 경주 여행을 해볼까 한 적도 있었지만 그게 왜 그런지 '내가 살았던 동네' 라면 그 동네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아무래도 안 느껴지는 편이다. '경주를 굳이?' 하다가 이번에는 실행력을 발휘해서 경주에 오게 됐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와 돌아다니며 찍은 황리단길 동네 사진.

동네랑 그림의 분위기도 참 잘 어울리고, 사진 많이 찍겠다 싶었다.


첨성대. 월성지구가 여전히 발굴 중 또는 공사중인듯 보이지만

해 지는 경주의 밤은 정말 이렇게나 아름답다. 도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이 고즈넉한 느낌.


저녁으로는 퇴근길 숯불갈비.

J의 강력 추천으로 대기를 불사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 식당.

오래된 양옥집을 개조한 스타일의 식당인데 이게 참 정감가고 괜히 또 노포 같고 좋잖아요.

갈비 하나, 소금구이 하나를 시켰던가? 그랬는데 소금구이는 갈비살을 붙은 대로 분리해 내서인지 약간 질기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이아몬드 모양처럼 잘게 칼집을 낸 뼈 붙은 갈비가 훠얼씬 맛있었다는 우리의 소감.

기본 반찬은 별다른 거 없고 고기맛으로 승부하는 집.

이 때까지는 얇은 깔깔이 패딩 입고 있었는데 저녁에 진짜 스산하게 들어오는 찬 바람에 힘들었던.

남쪽지방이라고 안 추운거 아니네 ...


차에서 다른 패딩으로 갈아입고 동궁과월지.

우리 어릴 때는 안압지라고 했었는데... 나 국민학교 때 소풍 여러 번 왔을 텐데...

그런데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거죠.

신라의 밤 노래를 J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계속 부르고 틀고 싶어하고 너무 웃겼던.


라한셀렉트에는 편의점이 없어요. 없는데 식료품 파는 셀렉트샵은 꽤 괜찮게 있어서 맥주 가능, 스낵 가능.



11월 27일 토요일

호텔에서 보이는 전경. 약간 끝쪽 방이지만 보문호수가 넓게 잘 보인다.


라한호텔 조식.

조식 메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스크램블에그", 하지만 이 집의 더 최고는 프렌치토스트였다.

프렌치토스트 두개씩 먹었음.


호텔 조식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조금 또 다른 목적도 있었다.

세 번째 사진에 살포시 얹어져 있는, 껍질 벗긴 감귤 얹어져 있는 조그마한 페스츄리가 그 목적.

우리 가족이 월성에 살았을 때 가끔 아빠 동료분들의 가족들과 함께 현대호텔에 몇번 와서 식사를 했는데, 어린 아이에게 너무 달콤상큼해서 아껴먹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감귤빵.

J에게 이걸 내려오면서 몇 번 이야기한 '모닝빵 같은 빵에 위에 설탕시럽 윤기나게 바른 귤빵'

이 감귤빵은, 세월이 오래 지나 내 기억이 바래졌는지, 레시피가 달라졌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렇게 소담스럽게 귀여운 페스츄리였던 것.


기억나냐고 가족 단톡방에 사진 올리고 물어봤는데 나만 기억함.

라한셀렉트 조식 너무 좋아요.



조식 먹고 호텔 내부에 크게 조성된 경주산책, 서점 구경.

좋아하는 장자크 상페 작가의 그림이 실린 그림책도 많이 있구요. 여기서만 두어시간 보내는 것도 가능할 듯 싶던. 구경 나가야 한다고 J한테 끌려나왔다.


불국사에도 들러 보고 석가탑, 다보탑 사진도 찍어 보고.

내려오는 길에 스쳐 지나갈 뻔 했던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테이크아웃 하고.

선반에 스타벅스 도시 머그가 엄청 많이 있길래 주인장 참 대단하다 하면서 봤는데 주인장이 예전에 승무원이셔서 다니면서 다 모으셨다는.



우리는 경주에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며 (?) 포항으로 향했다.

이 때는 몰랐는데 J한테는 꽤 아니 너무 강행군이었던 것 같기도...


사진은 생략하나 내가 경주에 살 때 다녔던 국민학교 - 지금은 초등학교 - 앞에 가서 사진도 찍고, 아빠가 일하시던 발전소 근처에도 가 보고, 그렇게 포항으로 해변도로 올라가는 길에 문무대왕릉 근처의 횟집에서 굿하는 것도 보고. 굿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게 처음이라 이번 여행의 거의 하이라이트였음...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를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많이 촬영했었다고 하는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

막상 구경거리가 아주 많지는 않으나 그래도 추억삼아 경치구경하는 정도로는 가볼 만 하다.

근처의 구룡포시장도 한 바퀴 둘러 보면 좋겠다.

요즘은 과메기 철이라, 양가 부모님께 과메기도 한묶음씩 사다 택배로 부쳐 드리고.


돌아다니기는 많이 돌아 다녔는데, 조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점심을 거르고 다니다 돌아오니,

해 지는 보문호수의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웠다.

한시간 정도 자고, 체력이 바닥나 버린 우리는 그저... 마음에 드는 이 호텔에서 식사하는 것도 좋겠다!


라한셀렉트는 식당가도 엄청 잘 조성되어 있다.

국내여행 와서 호텔 식당에서 푸팟퐁커리 먹는 사람 나야 나. 육회비빔밥도 양도 많고 엄지척.



11월 28일 월요일

떠나는 날 아침은 맥모닝. 잉글리쉬머핀 맛있어.


경주 & 포항 굿바이 !

작가의 이전글 SQLD (SQL개발자) 합격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