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감자볶음도 할 줄 안다구

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 열한번째

by 어니언수프


마음이 복잡하고 울적할 때면 설거지를 한다는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를 기억한다.

그만큼 공감이 깊게 가고 오래 기억에 남는 인터뷰도 드물다. 나는 설거지 받고 하나 더 보태어, 그럴 때면 간단한 요리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출근한 어느 날 점심 시간의 대화였다.

"음식 좀 할 줄 알아?"

"요리 하면 뭐... 파스타 정도는 하지?"


"뭐 가끔 된장찌개도 하고 그래요."

결혼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 같이 사는 직장인에 대한 편견이 섞인 질문이었던 것 같다, 뒤늦게 떠올린 날이었다. 나이 찬 여자라면 한식요리를 다양하게 잘 하는 게 좋은 거라는 생각도 한 스푼 더한.


이제 와서 속으로 대답하기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파스타 맛있게 하기는 뭐 쉬운 줄 아나.

물어보는 본인은 하나도 안 한다면서.

나는 파스타는 잘 못하지만 된장찌개도 할 줄 알고, 닭볶음탕, 떡볶이, 콩나물 무침도 할 줄 알고

감자볶음은 몇 번 해봐서 잘 한다구. 좀 못 하면 어때, 요즘 반찬가게도 많고 시판 양념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


아무튼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은 많고 시간도 좀 있다면 단계가 적은 간단한 요리를 하곤 한다.

최근에는 그렇게 감자볶음만 두 번이었다.

감자를 가늘고 길게 채썰어서, 운 좋게 양파도 있다면 함께, 소금과 후추를 조금씩 뿌려서 너무 많이 익지 않게 볶기만 하면 되는 초 심플한 한식 반찬.


내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진다고 느낄 때,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고 울적해지려 할 때. 감자볶음 하나만은 스스로 주도해서 완성해 낼 수 있다는 마음. 이 마음 하나를 얻기 위해서인가 보다. 불 켜진 후라이팬 앞에서 무심하게 감자를 뒤적뒤적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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