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10. 유명해지면 곤란해

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들, 열 번째

by 어니언수프

요즘 기회만 되면 찾는 나만의 맛집이 생겼다.


에너지가 딸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hot한 맛집이 범람해서인지, 둘 다 인 것 같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제는 맛집을 그때그때 찾아다니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지가 꽤 되었다.

게다가 내가 사는 동네는 '핫플'이 많이 생기는 트렌디한 동네도 아닌지라 그만큼 맛집 찾기가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뜨뜻한 국물음식이 먹고 싶어 눈에 들어온 가게가, 나만 알았으면 하는 맛집이 되었다.


원체 물에서 나는 식재료를 좋아한다.

생선과 갑각류는 물론이고 해조류, 조개류, 물컹한 해삼 멍게 같은 것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이런 식재료들 중에 골뱅이가 있다. 그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골뱅이에도 종류가 있는데 백골뱅이가 소라같이 생긴 것, 둥그렇게 생긴 게 통골뱅이다.


이 집은 생물 백골뱅이로 탕과 숙회 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당연히 생물을 구해다 수조에 잘 보관하니 식감은 통조림이나 냉동 골뱅이의 몇 배를 뛰어넘는다.

요즘은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같지 않은데, 이 집의 골뱅이탕 국물을 한 숟가락 하는 순간이면 매번 소주를 안 시킨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골뱅이탕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일상에 괴로움과 한을 어거지로 더해야 하나,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 봤다. 아무튼 내가 술을 더 좋아했더라면 조금 괴로운 퇴근길마다 뻔질나게 드나들었을 집이다.

그리고 이 집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조금만 많이 발라도 눈물이 울컥 쏟아질 만큼 유독 매운 고추냉이다.

눈물콧물 쏟는 일행의 모습을 놀리며 고추냉이와 무순을 곁들여 먹는 게 또 하나의 재미진 킬링 포인트다.

게다가 골뱅이는 가정집에서 잘 요리하지 않는 식재료이기까지 하니 이 가게의 소중함이란.


사장님께는 미안하지만, 이 가게는 유명해지면 곤란하다.


남몰래 응원하던 음악 아티스트가 어느샌가 유명해져 버려,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의 감정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4년 빵 떠버린 에픽하이의 신보를 박탈감 느끼며 듣던 내 모습이라던가, 그룹명을 놀림받으며 여기저기 치이던 초라한 시절의 BTS를 기억하는 아미들처럼.

뭔 뜬금없는 아티스트야? 싶겠지만 이건 아는 사람은 아는 엄청 비슷한 감정이다.

이 집이 어필하는 요소가 매우 많아서 또 적고 싶어 곤란한데, 이 집에서 나오는 음악은 주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애절한 발라드와 락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것까지 감성을 자극한다.


제발, 유명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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