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서리태를 줬다.
줘도 너무 많이 줬다.
시댁도 집에 콩이 너무 많으시단다.
J도 나도 콩밥을 싫어하고, 콩자반도 싫어하고, 나는 콩으로 만든 건 두부랑 비지 빼고 다 싫다.
나는 못 먹는 건 거의 없는데 은근히 티 안내면서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 인간이다.
아무튼, 그래서
두부 만들기에 도전!
두부는 사실 콩 종류의 차이지, 웬만큼 우리나라에서 먹는 콩으로는 다 만들 수 있다는 것 같다.
아래와 같은 블로그 링크는 저장해 두고 봤고, 이 외에 여러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했다.
나는 계량하는 걸 귀찮아 하는 인간이라 시행착오가 좀 있었다.
전체적으로 두부 만드는 단계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요약>
불린 콩을 갈아서 면보에 짜낸 콩물을,
약한 불에 은근히 끓으면 식초와 소금으로 만든 간수를 넣어 띄운다.
원리는 리코타 치즈 만드는 거랑 똑같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상세>
1. 콩을 물에 불린다.
- 콩이 물을 엄청 먹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넣는 게 좋다.
- 계량은 개나 주고 그냥 양껏 불렸더니 콩이 너무 많다.
2. 불린 콩을 믹서에 간다.
- 이 때 콩과 물이 1:1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불린 콩 1, 그 위에 붓는 물이 1 이라는 얘기다. 콩이 불었으니 그만큼 물을 대충 넣으면 콩물이 안 짜진다.
- 믹서는 큰 게 좋다. 작은 믹서는 여러 번 나눠 갈아야 한다.
- WMF 유리 믹서기는 갈 때 모터 타는 냄새가 난다. 무서운데 별 일 일어나지는 않았다.
3. 믹서에 간 콩을 면보에 싸서 짜낸다.
- 일단 뭔가 '짠다'는 말이 나오면 안 하는 게 좋다.
- 요즘은 절인배추를 사서 많이 하지만, 옛날에는 배추를 집에서 절였다.
절인 배추의 소금물을 손으로 짜내면 다음날 팔을 못 쓴다. 그런 김장의 악몽이 떠오르는 단계.
3-1. 짜내고 남은 게 콩비지다.
- 콩비지가 많이 나온다. 사진은 반찬통에 엄청 덜어내고도 남은 거다.
3-2. 간수를 만든다.
- 간수를 판다는데 별 거 없다. 물 250ml, 식초 2큰술, 소금 1큰술이 계량이다. 그래도 이건 계량해서 했다.
4. 짜낸 콩물을 약한 불에 끓인다.
- 불이 세면 냄비바닥에 눌어붙는다.
5. 보글보글 올라오는 듯하면 간수를 넣으며 젓는다.
- 서리태로 한 거라 색이 묘하다.
-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콩의 이상한 풋내가 사라지고 두부 냄새가 난다.
6. 다 된 것 같으니까 면보에 덜어낸다.
- 두부틀은 없고 밑에 찜틀+ 스뎅그릇을 받쳤다.
- 순두부는 적당히 남겨서 저녁으로 먹었다.
7. 모양을 잡아주고 저녁 먹는 시간만큼 물을 빠지게 둔다.
- 예쁘게 만드는 건 역시 소질이 없는 것 같다.
- 면보는 천연 염색이 되었다.
- 완성!
집에 처치곤란인 콩이 있고, 시간이 많고, 팔 힘이 좋다면 두부 만들기에 도전 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