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아이들과 보낸 크리스마스 파티
보육원 아이들과 만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지난봄에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월드를 다녀온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다.
사실 그 이후로 아이들과 다시 만나는 일을 망설여왔다.
내가 아이들과 놀아주기에는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았고,
거칠고 함부로 까부는 아이들을 품어낼 만큼의 사랑이
내게 충만하다고 자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만으로도 눈이 텅 비어 가고 있는데,
열세 살 여자아이가 묻는다. 기 빨리는 거 아니냐고.
뭔가 들통난 것 같아 머쓱해하고 있는데
남자친구 있느냐는 질문에 또 한 번 정곡.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만 빼고 다들 채워진 한 해를 보냈나 싶어졌다.
산타가 없다고 말하는 열세 살 소녀는
자기가 갖고 싶었던 선물을 고르는 나이가 되었다.
다섯 살 때부터 산타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그 아이의 말에
나는 언제부터 그 생각을 했던가, 생각했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난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 집엔 트리도, 선물도, 특별할 만한 것이 없었다.
쿠팡에서 고른 선물을 기다리는 열세 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의 열두 살을 떠올렸다.
별난 남동생에 밀려 착한 누나여야 했던 나는
열두 살이 되어서야 미미 인형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다 커서 무슨 인형이야.” 라던 엄마의 말 이후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쉽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 이야기를 꺼내며 울었다.
한편으로는 산타는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졌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선물은 주지 않을 산타가 어딘가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선물만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일 것 같다.
나와 티격태격하며 장난치고 선물 앞에서 환해지는
고작 열세 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 애를 꼭 안아주었다.
세상을 냉소로만 느끼지 않고
빈틈없이 사랑을 느끼며 자라기를 기도하면서.
안정된 정서를 유지하려면
적절한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은 내가 그 애를 안아준 게 아니라,
온기를 얻기 위해
내가 그 애를 껴안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들켰고,
기가 빨렸고,
그럼에도 대부분을 얻었다.
이제라도 빈틈없이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다.
스스로를 위해 가득 채워지고 싶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미미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