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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전 Aug 28. 2019

해군 장교 이야기 #5 장교의 위치

장교 생활을 통해 배운 가치

장교의 위치

  해군 내에서 장교로서 업무와 역할을 수행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가치들이 많다. 장교로서 나는 상관에게 업무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권고를 했으며, 부하 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감독하며 결과에 책임을 졌다. 그리고 계급사회인 군대 안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하급자에게는 존대를 받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초임 장교로서 느꼈던 장교의 권위와 장교에 대한 대우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절대 당연한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일반 사회에 비추어보면,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취업을 한 사회초년생이 장교와 같이 인원을 관리하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며, 존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군대 안에서 장교의 역할이 무엇이며, 어떤 이유로 권한과 책임이 생기 존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희생의 가치

  나는 장교가 존대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전문성과 올바른 판단력, 훌륭한 성품과 리더십 등의 역량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장교의 '희생'이라는 가치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함정에서 장교들은 지휘부의 역할을 하며 함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며, 육상 부대에서는 함정과 부대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핵심업무와 인원관리를 담당한다. 장교는 자신의 판단과 지시가 부대원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은 곧 그들의 희생으로 표현되곤 했다.



'we were soilders'의 명장면, 리더는 희생하는 존재다.


  내가 해군 내에서 만났던 장교들은 대부분 항상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했다. 퇴근시간에 상관없이 주어진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마치고 난 뒤에 퇴근했으며, 필요하다면 주말 또는 전투휴무와 같은 부대의 휴일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대원이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는 경우에는 감독관이자 직장동료로서 함께 남아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되는 모습을 보고 퇴근했으며,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부사관, 병들을 배려해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선후배 동기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급자에게 존대를 받는 상황에 대하여 단순히 내가 장교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 장교의 위치와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갖추어 내가 존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가지기위해 노력했으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발로 뛰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훌륭한 인격과 성품을 지니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내 실무 생활 5년을 되돌아봤을 때, 군부대의 휴일인 전투휴무날에 출근하지 않았던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노력들이 장교로서 내가 역량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노력들이 조금이라도 장교라는 위치에 걸맞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교의 역할

   군 내에서 장교의 역할은 신체에 비유하면 '머리와 심장'의 역할을 한다. 장교는 각 직별에서 개인이 담당하는 무장과 장비에 전문성을 가지고 이를 직접 다루는 부사관만큼 해박한 지식을 가지지는 못하고 함 내의 많은 행정 요소들과 작업을 담당하는 수병들만큼 열심히 몸을 움직이지는 않지만, 부대의 머리와 심장으로서 그들의 역할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명령을 내리며 부대와 함정이라는 신체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대원들을 이끌고 고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교는 해군의 작전, 함정의 무장과 장비, 대원들의 역할에 대한 넓은 지식이 필수적이며 인원을 관리하는 리더십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부대원들의 역할과 업무, 상황과 개인의 능력을 알고 있어야 대원들을 배려하고 더욱 적절한 판단과 결심, 명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교들은 다양한 함정과 부대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다양한 보직을 거치며 군 전체의 전반적 업무에 대한 능력을 배양한다.


장교는 부대라는 신체에서 머리와 심장을 담당한다.


  나는 장교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인원을 관리하는 조직관리 능력과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전투에서 투사되는 화력이 점차 기계화되고 첨단화되고는 있지만 결국 전투를 수행하는 개체는 인간이며, 부대를 구성하며 일어나는 모든 업무 또한 모두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은 모든 것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을 가질 수 없으며,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낼 수도 없기에 타인과 협동을 하고 분업을 한다. 우수한 리더는 모든 것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 개인의 역량을 확인하고 그에 적합한 업무를 지시하며, 리더 본인이 직접 다 할 수 없는 부분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해결하는 인원관리의 전문가다. 그리고 군 내에서는 장교가 그 역할을 하고있다.



장교생활을 통해 배운 가치

  군 내에서의 장교 생활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나는 장교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를 배웠으며,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과 태도,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반드시 존재한다. 찾아야 한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도 시간이 걸릴 뿐 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창의적, 포괄적 사고를 통해 찾을 수 있으며 개인의 적극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이끈다. 군 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담당기관, 부서, 관련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고 하나씩 단서를 추적해나가면서 일을 해결했던 적도 있었고, 문제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도 있었다. 군생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다양한 상황에 봉착하고 이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해군 내에서 주어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더에게 중요한 역량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군생활을 통해 상관을 따르고 대원들을 이끌면서 리더란 무엇이며, 어떤 모습과 태도를 갖추어야 하고,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는 군 내에서 리더십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이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잘 따를 수 있어야 하며, 나 자신을 이끌 수 있어야 조직을 이끌 수 있고 이어서 더 큰 조직을 이끌 수 있다. 해군 장교생활은 내게 지속적인 도전이자 배움의 자리였다. 나는 자기 관리와 자기 계발, 가치관 정립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노력다. 군 생활을 통해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 스스로를 이끌고 조직을 이끄는 경험을 할 수 있었 것은 행운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장교로서 대원들을 이끌고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맡을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장교생활을 하면서 배운 가치들은 단순히 군 내에서만 활용될 수 있는 가치들이 아닌 주도적이고 발전하는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는 내 인생을 더욱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해군 장교로서 배운 가치들이 전역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내 삶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삶의 기반, 내 삶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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