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3
옷을 좋아한다기보다 내 옷을 좋아한다. 내 옷만 좋아한다. 그래서 내 옷은 내가 관리하고 싶다. 그래서 세탁소를 하고 싶다. 마흔 살쯤에는 세탁소를 차릴 거다. 그때 곁에 있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능하면 옷을 수선하는 파트너도 같이 셋이서. 이렇게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내 꿈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 단계에서 넘어가면 반응이 나뉘는데, 그냥 취해서 하는 소리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 내 꿈을 들은 친구가 날 지긋이 바라봤다. 그 시선을 느꼈지만, 별말은
않았다. 그와 집 가는 방향이 같아 가는 길에 친구는 내가 부럽다 했다. 자신한테는 내가 이상적이라 했다. 그러곤 자기는 나중에 장난감 가게를 하고 싶다고 했다. 12년 뒤의 그 모습을 그럴싸하게 떠올렸다. 나의 세탁소는 회색이었고, 그의 장난감 가게는 갈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