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겨울이 오기 전, 한 프랑스 소설을 사고 나서부터였다. 장 에슈노즈의 ‘달리기’라는 소설이었는데, 달리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짧게 기록해왔던 나는 그 제목이 반가웠다. 그 세 글자가 반가워서 샀다. 딱 그때부터 글을 읽지 않았다. 안 읽기 시작한 이유를 찾진 않았다.
아마 겨울이 와서 그랬던 것 같다. 겨울이 오면 이전에 해왔던 일들을 안 한다. 활동량이 적어지다 보니 당연히 번뜩일 기회가 줄어들었다. 추위를 피하려 더욱 고개를 숙이고 다니다 보니 사진을 찍지 않았다. 달리기 위해 자주 나갔던 산책로는 한두 번 나가다 더 추워지면서 포기했다. 이번 겨울은 그런 식으로 흘리려 했다.
그래도 마음에 언짢은 게 있었나 보다. 가방에 항상 책을 챙겼고, 카메라도 가능한 한 들고 다녔다. 아주 짧은 글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쓰려 했다. 그렇게 두어 달을 보내니 어떤 것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대개 조용한 것들이었다. 어지간하게 툭 끝나버리는 소설과 영화, 사람의 사사로운 생각 또는 조리가 맞는 글, 한 사람만이 내는 소리, 악기가 거의 쓰이지 않은 노래, 관광지가 아닌 섬이나 도시처럼 조용한 것들. 나는 그것들을 혼자서 받아들이고 싶었다. 겨울을 배웅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