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습관 모임 참여자 오OO 님
* 습관을 만드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습관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그 과정들을 묵히지 않고 글의 형태로 모아갈 예정입니다.
3월 습관 모임 참여 문의는 인스타그램 계정 @clubhbt의 DM으로 부탁드립니다. (~3/2)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3년 차 회사원 오OO이라고 합니다.
- 새해를 맞아 새롭게 참여해주셨습니다. 습관 모임에 참여해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워낙에 충동적인 성격 탓에 루틴이랄 게 없는 사람이지만, 작년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규칙적인 식습관과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어요. 몇 번의 충동을 참아내니 습관이 만들어지고, 습관이 생기니 나를 돌보아주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년 만에 저를 만난 친구들은 제게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의 이런 변화를 가져다준 게 습관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회사 동기를 통해 습관 모임을 알게 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를 돌보고 있나 궁금하기도 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 신선한 관점에서 참여해주신 게 참 흥미롭습니다. 첫 습관으로 ‘손톱 안 물어뜯기’와 ‘기타 연습’을 인증해주셨습니다. 이 습관들을 만들고자 한 배경이 있나요?
손톱은 제가 5살부터 물어뜯었는데요. 어렸을 때 기억은 거의 안 나지만, 희한하게도 손톱을 물어뜯은 첫날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엄마와 목욕탕을 갔다 오는 길에 손을 봤는데 물에 불어 퉁퉁해진 손끝의 살이 너무너무 뜯고 싶은 거예요. 그때 맛본 희열을 23년 동안 끊을 수 없었습니다. 미관상 좋지도 않고 치열에도 무리가 생기는 것 같아 올해 새해 다짐으로 꼭 고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가보지 않았던 네일 샵에도 가보면서,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비의 세계도 인정하게 됐고요.
기타 연습은 작년 말부터 시작했던 기타 레슨을 이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노래 듣는 걸 엄청 좋아하고 뮤지션에 대한 동경이 엄청 커서 스무 살 때부터 늘 악기 배우기를 시도했는데요. 보통 3개월을 못 가더라고요. 실력이 늘어야 재밌어서 계속하는데 연습을 안 하니까 실력이 늘 일이 없고, 그래서 흥미가 떨어져서 보통 3개월이 유통기한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마의 3개월을 좀 끊어보고자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연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악기를 배우려고 했던 이유가 현생의 스트레스를 녹여줄 무언가가 필요해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악기 연주에 있어서도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그냥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치게 될 테니 그런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습관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필요 없는 정보지만, 저도 왕년에 손톱도 뜯어봤고 기타도 아주 깔짝 쳐본 적이 있었기에 반갑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뜯음으로써 짧게 유지한 손톱으로 기타를 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손톱은 왜 안 뜯으려고 하시는지… 형편없는 질문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기타 레슨을 받다가 손톱을 뜯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게 돼서 기타 선생님이 걱정하셨는데... 저는 손톱을 기르는 것보다 손톱 모양 교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2주에 한 번씩 손톱 케어를 받으러 샵에 다니고 있는데 처음부터 제가 기타를 치고 있다고 말을 해서 원장님께서 왼손은 늘 짧게 다듬어주십니다. 오른손은 오히려 손톱이 좀 있는 게 좋더라고요.
- 기타 연습을 습관으로 하신 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방에서 혼자 연습하니 흥미가 떨어져서 그만뒀거든요. 기타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셨나요?
사실 기타 연습이 제일 귀찮고 하기 싫어요... 손톱은 그냥 참고 안 뜯으면 되는데 기타 연습은 따로 시간을 내고 심지어 기타를 꺼내서 앰프에 연결도 해야 하고 너무 귀찮고 성가신 일입니다...
뭔가 재밌다고 느껴야 계속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재밌게 하는 방법을 늘 찾아보고 있어요. 사실 제가 기타 레슨을 받게 된 (밝힐 수 없는) 재밌는 이유가 있는데 친구들이 그걸 가지고 시나리오를 써보든 유튜브 콘텐츠로 뭘 만들어보든 하라고 부추겼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나중에 어떻게라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처음엔 연습하는 장면을 계속 촬영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 유튜브에서 유명한 일렉 기타 연주자들도 많은데, 아예 초보 때부터 자신의 연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있어서 저도 나중에 그런 거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김칫국 마시면서 그렇게 재밌게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금세 재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촬영했던 걸 친구들한테 보여줬는데 애들이 막 신기해하는 걸 보면서 연습할 때 심심하니까 옆에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연습하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그 당시 오픈한 클럽하우스가 음성 기반이니까 사람들이 내 연주(?)에만 더 집중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클럽하우스를 통해서도 종종 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훗날 기타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까요?
사실 뭔가 이루려고 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작년 말부터 꾸준히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거의 습관처럼 자리를 잡았거든요.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뛰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습관처럼 된 것 같아요. 원래는 현생이 괴로울 때마다 어떻게든 틈을 찾아 폭음을 했었는데, 달리기가 습관이 되면서부터는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달렸거든요. 아마 달리기로 제가 마라톤 대회 수상을 목표로 잡았다거나 했다면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게는 기타도 달리기와 같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기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저 자신이 보이더라고요. 무언가 해소하고 싶을 때 달리게 됐듯이,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나 충전이 필요할 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기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인 것 같습니다.
- 2월에도 습관 모임에 참여해주시고 있습니다. 1월에 했던 습관들도 계속하고 계신데 아직 습관으로 자리 잡기엔 한 달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늘 하던 말씀 중의 하나가 “습관을 만들려면 66일 이상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였거든요. 실제로 66일을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본 적이 많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66일을 매일 한다고 해도 하기 싫은 건 67일째도, 68일째도 똑같고요... 그래서 그냥 ‘내 인생에서는 이게 당연한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유지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유혹이 너무 많기 때문인 것도 있고요.
- 66일이라… 습관 모임 주기를 두 달로 해야 할까 고민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처음으로 습관 모임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의 습관을 보는 게 너무 재밌어요(너무 음침한가요...).
핸드폰 사용 시간 줄이기와 같은 습관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각자의 습관들을 보면서 ‘왜 이분은 이런 습관을 하려고 하신 걸까’ 하면서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얼굴도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서로의 습관을 공유하면서 응원하는 것에서 어떤 연대감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 모임 운영에 있어 건의사항이나 개선할 부분이 있을까요?
너무 없습니다.
- 그밖에 더 하고 싶으신 말이나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니미니마니모씨 습관 모임 파이팅! (운영진 중 한 분의 별칭을 언급하셔서 '습관 모임'으로 대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