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17
새로 이사한 고향 집 동네엔 오래된 목욕탕이 많다. 밤이 되기 전에 꼭 문을 닫는 긴 굴뚝이 있는 목욕탕들이다. 서울로 오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에 갔다. 일곱 살 때까지 여탕에 갔는데 유치원 선생님과 마주치고 충격받아 그 뒤로는 아빠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목욕탕의 이름은 남흥탕이었다. 남흥탕은 여탕에만 음료수를 파는 냉장고가 있었다. 여탕에서 초코우유를 마시다 정수기밖에 없는 남탕을 가니 한동안 허망했다. 여자들만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남자들이 흥! 해서 남흥탕인 것 같다고 부모님께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