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24
자폐증을 앓는 소녀를 다룬 영화를 봤다. 영화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시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다 어릴 적 꾸던 꿈이 생각났다.
악몽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꾸던 그 꿈에 시달리다 깨기라도 하면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곤 했다. 이상한 건 그 꿈을 설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꿈의 내용을 말이나 글로 옮기면 악몽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한 꿈이었다. 무엇이 무서웠는지 말하지 못해서 더 괴로웠던 것 같다.
어린 나의 악몽은 무던한 일상에서 한 부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보였고, 그 장면이 고정된 채 시간만 매섭게 흐르는 꿈이었다. 이런 내용을 남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내가 겪은 감정과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속으로 머금어온 꿈이었다.
그런데 오늘 본 영화의 그 장면이 내 악몽과 닮아 있었다. 장면 속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은 감각이 곤두서 있었다. 그들에게는 보고 있는 것의 한 부분이 확대되거나 작은 소리여도 귀를 찌르는 듯이 크게 다가섰다. 내 악몽은 그들이 느끼는 것들과 닮아 있었다.
이제야 이렇게라도 설명할 수 있게 된 나의 꿈은 악몽이 아니었다. 악몽이라 여긴 꿈은 그냥 그런 꿈이었고, 나는 그 꿈을 기억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