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습관 모임 참여자 원OO님
* 습관을 만드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습관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그 과정들을 묵히지 않고 글의 형태로 모아갈 예정입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연과 바다를 좋아하는 문화예술경영 전공 5학년 학생입니다!
- 2개월 연속으로 습관 모임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참여해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능이 성실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뭐든 작심삼일인 편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매일 이뤄서 제 안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찰나의 즐거움이나 나태한 안정보다는 성취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 처음 습관 모임을 신청하게 됐고, 참여한 첫 달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매일 아침 6시쯤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출근하는 게 루틴처럼 됐죠.
코로나가 발생한 후로 6개월 정도는 사람도 잘 만나지 않고 집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거나 누워있는 등, 매우 무력하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렇게 달라진 제 모습이 신기합니다. 첫 달 때는 습관이 슬슬 몸에 익다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비 오는 날엔 우산을 들고나간 적도 있고, 아침에 달리기를 못 한 날엔 밤늦게라도 나가서 뛰기도 했어요.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건 매일 같이, 또 따로 각자만의 무언가를 도전해서 기록하고 독려해준 습관 모임 사람들 덕분이에요. 완전히 나의 의지로 이 습관들이 몸에 익기 전까진 습관 모임을 하자는 생각에 2개월 연속 참여하게 됐습니다.
- 달리기와 책 읽는 습관을 갖고자 하셨어요. 몸과 마음을 다잡는 습관들을 한번에 만들려고 하셨으니 힘들기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원래 예매해뒀던 공연이나, 보러 가려고 했던 전시들이 전부 취소됐어요. 삶의 낙이랄 게 공연 보기나 바다를 보러 여행 가는 것뿐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죠. 학교도 가지 않고 전부 비대면으로 수업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주일에 한 번도 외출할 일이 없는 격리 생활을 했어요. 종종 공원으로 산책 다니긴 했는데 천천히 걸으니 발도 아프고 걸으면서도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짧게라도 땀내며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부터 추천을 받았던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8주간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을 해보자 마음먹게 됐어요.
처음 한 달간 달리기를 하면서 활력적인 에너지를 키웠더니 그다음으론 미루던 일들을 하나씩 할 수 있겠다는 의지가 생긴 것 같아요. 매번 흥미가 생겨 사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이 눈에 들어와 두 번째 습관으로 책 읽기를 선택했어요. 이전 달에 책 읽기를 습관으로 만든 분들에게 자극받기도 했고요!
-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나요?
먼저, 달리기 할 때 이용한 런데이 앱은 매일 조금씩 달리기 목표를 달리하는데, 예를 들어 이번 주는 5분씩 다섯 번을 뛰면 다음 주는 10분씩 세 번 뛰는 식으로 점차적으로 달리기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줘요. 또 달리는 동안 트레이너 내레이션이 나와서 열심히 독려해주는데 이게 의외로 힘이 되더라고요.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느낌이랄까? 난 진짜 고지에 다다른 것 같은데 자꾸 “더 할 수 있습니다!”, “상쾌한 바람을 느껴보세요!”, “지금까지 뛴 여러분은 정말 대단합니다!” 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줘서 그래 그럼 1분만 더, 한 세트만 더 하다 보니 매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입니다.
책은 부담스러운 전공 관련 도서나 철학책보다 소설을 먼저 들었어요. <비행운>과 <시선으로부터>는 여기저기서 추천을 많이 받아 읽어야지, 읽어봐야지... 하면서 늘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했던 책이라 이 두 책부터 시작했습니다. 습관 목표는 5페이지 읽기였는데 책을 읽어야겠다 마음먹고 늘 지니고 다니다 보니 핸드폰을 하다가도 ‘아! 지금 책을 읽자!’ 하면서 이동 시간을 많이 이용했어요. 목표로 정해둔 분량이 많지 않아서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행운>을 다 읽고 마지막 작가의 말 페이지가 나왔을 땐 이게 얼마 만에 완독하는 책인가 싶어 뿌듯했어요.
- 어떠신가요, 이제 습관이 되셨을까요?
달리기는 두 달 해서 그런지 조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은 나가서 걷거나 뛰고 있어요. ‘뛰어야 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힘든 운동이 될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되는데 ‘일단 걷기라도 하자’라고 생각하면 집 밖으로 나서기가 쉬워지고 20분 정도 걷다 보면 ‘이제 10분은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어져요. 런데이 앱으로 운동할 때만큼 꾸준하게 점진적인 운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밖으로 나가 걷거나 뛰는 건 꽤 습관이 됐습니다.
반면에 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해요. 처음 책 읽기를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면서 졸업을 앞둔 시기에 전공과 관련된 서적들을 차근차근 다시 읽고 정리하자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아직 책 표지도 넘겨보지 못했네요…
- 습관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8월엔 비가 많이 와서 야외로 운동하러 나가는 게 어려웠어요. 비가 오는 날엔 실내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끼고 트레이드 밀을 뛰었는데 밖에서 뛸 때만큼 재밌지 않고 지루하더라고요. 실내에서 하는 운동에 흥미를 잃고 조금씩 느슨해졌어요. 운동 인증을 못 하니까 덩달아 책도 드문드문 읽거나 읽어도 인증하지 않았던 날이 있었어요. ‘어차피 인증 횟수가 채워지지 않으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뭘 하나 완벽하게 못 한다고 다 놓아버리는 건 제가 오랫동안 고치고 싶어 하는 성격 중 하나입니다.
- 비록 이번 달에 인증 횟수를 채우지 못하셨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인증하시려던 점, 습관 만드는 과정을 진정으로 즐기시는 것 같은 모습 등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드린 것이기도 하고요. 9월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습관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것처럼 봐주셨다니 감사해요! 정말로 7월엔 달리기가, 8월엔 자기 전에 잠깐 10분이라도 책 읽던 시간이 저에게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9월도 함께하고 싶어 주중에 채우지 못한 인증 횟수를 주말에 채우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네요… 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 두 달 동안 습관 모임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건의 사항도 좋고요.
얼마 전 스무 살 때 쓴 다이어리를 봤는데 그때도 매달 운동과 책 읽기가 할 일 목록에 있더라고요. 물론 한 번도 꾸준히 체크된 적은 없었어요. 지난 4~5년간 미루고 미루던 일을 두 달이었지만 꾸준히 지켜냈다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습관을 잘 지킨 날엔 제가 정말 대견했어요. ‘와, 나 오늘도 이걸 했네? 해냈네!’ 하면서 스스로를 마구 칭찬해줬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걸 매일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어요. 코로나로 인해 좋아하는 것들이 전부 멈추고, 할 수 없게 되어 답답함과 무기력을 느끼던 찰나에 습관 모임은 저에게 훌륭한 해소의 창구이자 스스로를 아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줬어요. 모임장 님이 매일 아침 정리해서 올려주셨던 인증표는 습관 모임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자극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늘 수고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처음부터 너무 큰 에너지를 쓰려고 하거나 많은 일을 한꺼번에 습관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습관이 부담이 되는 순간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작은 것부터, 그렇지만 삶에 자극은 될 정도로 차근히 시작해나가면 한 달간 쌓인 습관이 나를 변화시킨다는 걸 직접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