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
“버스 잘 타고 가~~”
별다른 인사도 없이, 이별의 포옹도 없이,
차가 붐비는 시외버스터미널 택시 승강장에서
성호를 서울로 보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분히 배웅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가는 억누르던 눈물이 댐처럼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성호를 내려주고 돌아오던 길,
참았던 눈물방울이 핸들 위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한동안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듯했다.
허전했고, 조금만 방심해도 눈물이 쏟아져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아직 내 곁에는 또 다른 아들 상우가 남아 있는데도
이상하게 외로웠다.
집은 너무 조용했다.
상우를 사랑하는 일은
전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펌프 같았다.
힘이 들었다.
상우를 키우며 내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얘는 왜 이래?”
유년 시절,
누워 조용히 그림을 그리던 큰아이와 달리
상우는 탱탱볼처럼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나도 집에 오지 않아
동네를 헤매며 아이를 찾곤 했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뽑기를 하지 말라고 일러도
어김없이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4학년 무렵, 영어 공부를 가르치려 하자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자기를 가르치느냐고 대들었다.
5학년이 되어 어떤 일로 혼을 내자
이건 아동학대가 아니냐며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얘는 왜 이래?”
성호가 서울로 떠난 뒤,
나는 상우에게 더 집중했다.
이제 작은아이를 제대로 빚어볼 차례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그렇게 말라가고 상처 입은 뒤에야
비로소 상우가 내 눈에 똑바로 들어왔다.
어느 날,
상우는 바닥에 누워 있는 강아지 ‘바우’ 곁에
바짝 다가가 얼굴을 부비고 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어쩌면 이렇게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발도 예쁘니?”
그게 상우의 사랑법이었다.
그렇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도 그런 것이어야 했다.
내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존재 그 자체로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쁜 것.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내게는 덜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