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세상이 너무 예뻐보이는데 사실 나는 망가지고 있고, 정신을 차리면 헤어나올 수 없고. 다시 미칠수도, 그 전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상태. 이 영화는 마약처럼 사람을 혼미하게 만든다. 너무 예뻐보여도 함부로 손대지 말 것. 이건 정말 너무 사람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고어물이고 호러물이다. 밝은 대낮에 펼쳐지는 공포물이다. 너무 낯설어서 당황스럽고 그 기이함에 소름이 끼친다.
가족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여주 ‘대니’와 그녀의 곁에서 지쳐가는 연인 ‘크리스티안’은 친구의 초대로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된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상냥한 미소로 외부인을 반기는 주민들의 모습은 흡사 ‘천국’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 작은 공동체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들만의 ‘문화’를 하나씩 알아가며 충격에 빠지고, 어느새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에 갇힘을 알게 된다.
영화는 매 순간 너무나 아름다워보이는 ‘의식’들로 범벅이 되어있다. 저게 어떤 뜻인지 헤아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의식들이 반복된다. 어떤 것들은 차마 마주하기 역겨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냥 심리를 압박하는 미스테리 공포물인 줄 알았다. 워낙 주민들도 하얗고 아름다운 꽃 장식을 예쁘게 하고 있고, 맨발로 흙 위를 걸으며 잔디와 자연을 자꾸 보여주니까 그런 싱그러운 공포물인 줄 알았지 이렇게 수위높은 고어인 줄 몰랐다. 그리고 정말 예상치 못한 선정성에 또 한 번 충격을. 여러모로 사람을 당황시키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가장 소름이 끼쳤던 것은 ‘다수’였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하나의 문화라고 설득시키는 이들이 너무 많다보니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이를 뚫고 나올수가 없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의심이 생기지만 찾아낼 수 없고, 밝혀내고 싶지만 너무나 견고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모두가 맞다고 하니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 그 안에서 어느덧 물들어버려 이제는 그게 정답이어야만 하는 결과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세상의 잘못된 것들,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영웅보다 옳은 것을 헤아릴 수 있는 51%의 다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옳지 않은 것을 문제있다고 지적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 건강하고 좋은 다수가 되고 싶다. 아무튼 종교, 의식, 문화 모든 것이 뒤섞여 할 말이 많다가도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영화라 계속 머리가 멍- 해진다. 다시 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용기가 안난다.
누구… 이거 영화 보시면… 말해주세요… 그 때 우리 같이 얘기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