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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Feb 22. 2021

생명을 키우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같은   종류의 식물을 집에 들였다. 계단  켠에 자리를 마련하고 꼬박꼬박 물도 챙겨줬다.  화분은  집에 적응이라도 하듯 한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뱅갈고무나무의  2-3개가  떨어져 있었다. 당황했다. 다른 식물들은 멀쩡했는데  날을 기점으로 뱅갈고무나무 잎사귀가 계속 떨어졌다. 급히 원인을 찾아보니 햇빛 부족이었다. 마음이 급해져 화분  개를 창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겨뒀다. 그랬더니 이번엔 극락조 잎이 안으로 말려들어가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져서 원인을 찾아보니 극락조는 반양지 식물이라 직사광선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난리통 속에서 몬스테라는 안정적으로 새로운 잎을 피워냈고 길어진 잎사귀는 생그러운 색으로 펼쳐졌다.

 키우는 사람이 같을 , 서로 다른 종류니 당연히 키우는 방법도 달라야 했던 건데 그렇게 하나하나 돌볼 여력이 없었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가장  자랄  있는 방법대로 키울  있었을 텐데 생각보다 일상이 바빴고 그래도  커줄 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같다.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마음으로 키웠는데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는 식물들을   마냥 서운하기만 했다. 각각의 특성을 익혀두는 것도 잘 자랄 수 있는 방법대로 대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는 대로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저녁에 화분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엉엉 울었다. 화분  개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데 우리 셋을 키운 엄마 아빠는 오죽 힘들었을까 싶어서. 각자에게 가장 좋은 방식으로,  맞춤 양복처럼  맞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엄마 아빠라고  없었을까. 엄마 아빠는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우릴 사랑하며 키웠을 테다. 나는 때때로 내 마음과 다르게 표현하는 엄마 아빠를 보며 서운해하고 화를 내고 불협화음을 만드는 큰 딸이었지만 그걸 알아볼  있는 어른이 됐다.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시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한 명 한 명을 헤아려 볼 삶의 여유가 부족했고 셋을 먹여 살리기 위한 일상 역시 매우 버거웠음을.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우릴 사랑하며 키우셨음을 안다.


이것은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차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 마음이 고맙고 죄송해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곤 쓱쓱 눈물을 닦고 화분을 자기 자리에 옮겨놨다. 나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식물이 아니라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갈 수 있다. 충분한 사랑이 있었음을 알기에 더 잘 자라날 수 있는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깊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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