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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하라 Feb 16. 2021

인덕션 청소

가끔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저녁을 만들 때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배고프지 않아서  먹을 시기를 건너뛰면, 아주 늦은 밤에 허기가 돌아 건강하지 않은 음식으로 급히 배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서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저녁 시간에는 밥을 만듭니다. 음식이 완성될 즈음에는 배가 고파집니다.


아주 짧은 연휴를 보내고 왔는데도, 집에는 사람이 없던 티가 납니다. 방도 닦고 빨래도 하고 작고 소중한 주방 청소도 했습니다. 무심코 인덕션을 봤는데 그새 손이 닿은 흔적이 이곳저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견디느라 까지고 벗겨진 모습이었습니다.  인덕션을 가장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니 최대한 깨끗하고 흠없이 쓰고 싶었는데 사용의 흔적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왜인지 모를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스쳤습니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모릅니다.


인덕션을 가장 깨끗하게 유지하는 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깨끗하고 흠 없는 모습을 유지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덕션이 존재하는 목적과 다릅니다. 인덕션 위에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있어야 인덕션이 존재하는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나는 문득  인덕션이 나의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조금도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이해하는 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았습니다.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인덕션처럼,  마음을 그냥 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적에 맞는 모습이 아닙니다. 비록 상처 받고 깨지고 아프더라도 끝내  마음을 써서 사랑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게  마음을 목적에 맞게 가장  사용하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상처 받지 않고 온전하기보다는, 또다시 상처를 받는다 할지라도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덕션을 닦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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