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엔 생선덮밥 & 중고 서점에서 보물찾기
도쿄 솔로 여행 7일 차 시작. 신발끈을 묶는데 어제 자전거를 타는 동안 운동화에 붙었던 도꼬마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잘 보시면 두 개의 날카로운 갈고리가 있는데, 동물의 털이나 옷, 신발에 붙어서 이동하다가 뿌리내리기에 적합한 곳에 떨어지면 그제야 싹을 틔운다. 애석하게도 이 친구들은 아스팔트에 떨어질 운명.
오늘도 하늘이 꾸물꾸물하다. 날씨가 안 좋기도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이미 오후 3시가 조금 못 된 늦은 시간이어서 더 어둡게 보이는 것임을 고백한다(어제 후지산에서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탄 나머지 후유증을 좀 겪었다).
점심을 뭘 먹을까 하다 들어온 일본의 유명 스시 체인, '스시잔마이'.
3시까지가 런치세트 판매 시간인데, 치라시동(생선회덮밥)이 무려 980엔이다(실은 가게 앞에서 런치세트 푯말을 회수하시려는 직원분과 눈이 맞아 '런치 세트 지금도 되냐' 물어보니 된다셔서 홀리듯 들어온 곳).
우선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로 속을 따뜻하게. 계란 자체도 육수 베이스라 맛이 좋지만, 버섯과 해물 등 안에 들어있는 고명들이 그 맛을 배가한다.
그리고 나온 치라시동. 980엔 치고는 상당히 알찬데, 새우부터 연어, 생멸치(시라스), 갈아놓은 참치, 계란 등 풍성하기 그지없는 구성이다.
구성만 알차냐면 그건 또 아니다. 저렴한 것으로 유명한 스시 체인이라고 그간 얕봤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맛. 신선도도 괜찮아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역시, 돈이 궁하다 한들 일본에 왔으면 스시 언저리는 먹고 가야 하지 않나 싶다. 유명 스시집에 갈 여력이 없다면 꽤 괜찮은 선택지인 듯.
흡족한 마음으로 계산서를 받아보니 아... 980엔이라는 게 세금 10%(98엔)을 뺀 가격이었다. '앗차' 싶지만 맛있었으니 봐주기로(안 봐주면 어쩔 건지는 비밀로 하겠다).
다시 도착한 아키하바라역.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 일본이 정말 가챠(뽑기) 천국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평소 큰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제품들이 많기에 한 번쯤은 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랄까. 누가 오든, 내 취향인 제품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다는 게 무서울 따름.
다음으로 들른 곳은 역 근처 중고 서점 '북 오프'. 1층의 프라모델과 피규어에 잠시 미련 어린 시선이 머문다.
지금껏 언급하진 않았지만, 필자는 도쿄에 온 이후 서너 군데의 서점을 돌면서 좋아하는 일본 밴드, 라르크앙시엘(L'Arc~en~Ciel)의 밴드 스코어(악보 모음집)를 찾고 있었더랬다. 사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지 한참 된 '큰 형님'들이라 대형 서점에는 물론, 지금껏 들렀던 중고 서점에도 매물이 없어 거진 포기한 상태.
어? 그런데 이번 서점, 어째 분위기가 좋다. 사진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관련 제품들이 보인다.
어... 있다...!
저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파란 책, 필자가 간절히 찾던 녀석들 중 하나다. 첫날에 프라모델을 보러 돌아다녔을 때보다 더 감개무량한 순간. 이걸 실제로 보게 되다니...
'라르크앙시엘 클릭드 싱글 베스트 13'. 밴드의 인기 곡들만 모아놓은 '베스트 앨범'의 악보 모음집인데, 아시아 지역 팬들에게 인터넷 투표를 받아 선정된 열 세곡을 수록한 것이라 '클릭드'(Clicked) 싱글 베스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팬으로서는 정말 최고의 기념품... 너는 형이랑 같이 가자.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엑스재팬의 밴드스코어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의 팬이 아니고, 아는 곡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패스.
혹여 다른 라르크앙시엘 밴드스코어들을 발견할지 모르니 아키하바라 인근의 '쇼센 북 타워'에도 들러본다.
1층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 근육맨 카레를 판다.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 '젤다의 전설'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관련 서적들이 있다. 정말 필요 없지만 정말 사고 싶다...!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젤다' 왕가의 문양이 그려진 텀블러. 집에 텀블러가 많지만 않았어도 데려왔을 물건이건만... 당근으로 좀 처분하고 또 오든가 해야겠다.
이렇게 이번 여행 마지막 아키하바라 투어가 끝났다. 언제 와도 참 작별하기 아쉽고 좀 더 있고 싶은 곳이지만, 다음 행선지가 있는 만큼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유명 기타 브랜드 '펜더'(Fender)가 전 세계 최초로 세운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펜더 플래그십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