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 관한 단상
몇 달 전, 기자 일을 하며 데리고 다니던 컴팩트 카메라를 처분하고 큼직한 미러리스를 중고로 들여놨다.
일을 하며 사진을 찍는 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4K 영상까지 찍을 수 있는 녀석이 필요해졌기에 갖고 있던 걸 팔아가며 다소 무리를 해야만 했다.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샀던 카메라 중 가장 무겁고 큰 덩치를 가진 친구를 가족으로 맞게 됐는데, 컴팩트함은 사라졌지만 손에 잡히는 그립감과, 철커덕거리는 셔터음이 전에 없이 묵직해져 마음에 든다. 물론 무겁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탑재하고 있는 기능도 불어나는 것이 자연(이 아닌 기계)의 이치. 게다가 일로서 해오던 사진 찍기를 그만두고 나니 정작 여행 갈 때를 제외하고는 카메라를 잡을 일이 거의 없게 되면서 구매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됐건만, 아직 이 녀석과는 이전의 똑딱이만큼 빨리, 또 많이 친해지지는 못한 느낌이다. 아직도 잡을 때마다 어렵고,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노력 없이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이 새삼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다. 그동안 이걸 가졌다는 것만으로 이 카메라에 대해 모두 알게 된 마냥, 전부 이해하게 된 마냥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영상으로 조작법을 한번 쓱 보고 몇 번 셔터를 누른 것에 지나지 않았으면서, 이걸 가졌다는 사실 자체만을 즐거워하고 뽐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낱 기계도 이런데, 사람은 오죽할까. 과연 내가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사람을 전부 알게 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또 내가 지금껏 그러고 있지는 않았는지도.
하지만 한 편으론 뿌듯하다는 마음도 있다. 이 녀석이 적어도 한 번 쓱 훑어보는 것만으로 모든 기능을 알게 될 정도로 쉽거나 시시한 녀석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앞으로 산으로 들로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그간 미뤄왔던, 친해지는 시간을 많이 늘려가야겠구나 싶다. ‘친구’까지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이 녀석의 ‘구매자’ 그 이상의 존재는 되어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