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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Mar 07. 2018

14. 편의점 알바 김씨와 '폐기'

어감이 썩 좋진 않지만, 알바들의 좋은 친구입니다.

'폐기'


아마 편의점 아르바이트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폐기?! 그거 막 썩고 상하고, 그런거 아잉교??






걱정하실 필요 없다.


폐기는 엄연히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가 불가능해진 상품'이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상태가 나빠진 상품을 일컫는 단어는 아니니까(적어도 우리 알바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참고: 폐기상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기 최소 30분 전에 매대에서 치워지고, 만약 치워지지 않은 상품이 있다 해도 카운터에서 유통기한 경과식품은 계산 자체가 되지 않으므로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함.






그렇지 않은 곳도 더러 있는 듯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폐기를 빼는 것은 알바들의 소관이며, 이를 처리하는 것 또한 우리들의 일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잘... 먹겠습니다....?"




'와... 그래도 되는거야?' 싶으시겠지만 우리 편의점같은 경우, 그래도 된다. 물론 점장님을 비롯한 관리자의 허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모든 편의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기에 아르바이트생 독단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자칫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다.

('에이... 우리 편의점은 폐기 못 먹는데...'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여러분께는 진심으로 힘내시라는 말을 전해드린다)



이렇듯 대부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폐기는 참으로 좋은 친구같은 존재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식사를 편의점에서 나오는 도시락, 김밥, 빵 등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폐기'라는 것은 식비 부담을 매우 크게 줄여주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폐기가 없을 경우 내 돈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며, 다른 물건을 꺼내서 먹는 것은 아니다. 그건 범죄에 해당한다.)





폐기로 식사를 하는 것은 참 편하고 좋다.


우선 일 하는 입장에서 돈을 절약할 수 있어 너무 좋고, 여러가지 편의점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주 가끔이지만 인기있는 디저트나 비싼 도시락이 남을 경우 아주 행복한 저녁식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게 사실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 조금만 먹다보면 금방 물리는 편의점 음식의 특성상 내가 원하지 않는 음식들을 먹어야 할 때가 많고, 같은 음식을 연속으로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길 경우 정말 '좋지만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께서는 무려 6일 동안 같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 난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게 썩 즐거운 경험은 못 되었던 것이,




사이즈는 크지만 말라빠지고 맛 없는 새우가 들어가있는 볶음밥 종류의 도시락을 무려 6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 것을 상상해보시라.

(차라리 굶지 그랬냐는 질문에는 배가 고프면 일이 힘들고 집에 가서 배가 고파 잠이 안 온다는 말로 대답하겠다)


도시락이 폐기로 나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 때만큼은 이게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감사하기 참 어려웠달까.


만얃 다시 그 도시락이 폐기로 나온다면 차라리 사먹는 쪽을 선택하겠다. 내 피같은 돈을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다시 생각하면 그건 좀... 많이 아니었지...








이렇게 한탄 아닌 한탄을 간혹 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필자는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며 살고있다. 몸에도 별로 안 좋고, 이제는 별로 감흥도 없기에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고있을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한 끼가 될 수 있는 이 음식들을,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머잖아 내가 직장인이 되고 매일같이 내 돈을 내며 밥을 먹는 날이 오면, 폐기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던 지금을 한 번쯤은 그리워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냐... 그래도 새우볶음밥은....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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