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근무합니다. 굳이 찾아와주실 것까지야... 허허...
많이들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편의점은 '빨간 날'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는 편의점 뿐 아니라 카페를 비롯한 다른 많은 서비스업종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오늘같은 삼일절을 포함해 광복절, 크리스마스, 그리고 명절 연휴 등의 빨간 날에 근무를 한다고 이야기하면 많이들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알바를 처음 할 당시에는 빨간 날에 근무를 서야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몇 번의 빨간 날 근무와 몇 년의 알바 생활을 거치며 이제는 '당연히 일하러 가는 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버리며 마음이 한 결 편해졌다. 어쩌면 사실 이제는 아무런 느낌이 없으니, 이런 생활에 도가 트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빨간 날에 하는 근무에는 나름의 맛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또 그 덕에 휴일근무는 생각만큼 나쁘지만은 않다(이것이 말로만 듣던 빨간 맛). 애처로운 합리화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렇다.
'적다'는 것과 '거의 없다'는 표현 중 어떤 것이 더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동네는 그렇다. 정말 여유롭다.
생각해보니 이게 결국 유일한 장점이자 다른 모든 장점의 근원인 셈이다. 물건이 안 나가니 채울 필요도 많이 없어지고, 아무도 안 오니 밥 먹을 때나 쉴 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손님이 안 온다는 점 하나로 이렇게나 일이 편해지는 것이다(그래도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하지는 않으며, 오버해서 쉬지도 않습니다. 그저 평소처럼 쉴 뿐).
일 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지만, 이 상황을 아쉬워하는 분 또한 존재한다.
점장님, 우리 점장님.
11시 반이 넘어가고 나와 교대하기 위해 오시는 점장님은 휴일이 되면 항상 나에게,
라 물으시며 왠지 평소보다 서글퍼진듯한 눈빛으로, 하지만 이미 달관하신듯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런 점장님의 얼굴과 평소보다 홀쭉해진 카운터의 지폐뭉치를 물끄러미 번갈아 보며, 마치 그 모오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도 된 양, 시인 백석 선생님의 시의 한 구절처럼 '그저 불경처럼 서러워지고' 마는 것이다.
.....
뭐... 그러라고 있는 휴일 아니겠습니까 점장님.
뭐 가끔 돈 못 버실 때도 있고 해야지요 허허허...(?)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 간다.
이제 곧 점장님이 오시고, 폐기를 빼고, 주변 정리를 약간 하면 퇴근이로구나.
카운터를 열어 오늘 벌어들인 돈을 확인해본다. 음....
점장님,
오늘도 조금 슬퍼지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