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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Mar 17. 2018

16. 편의점 알바 김씨와 '노을'

금요일입니다. 기분이 좋으니 자랑 한 번 해보렵니다.


우리 편의점은 다른 곳에 비해 탁 트인 곳에 자리잡고 있다. 뷰가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만,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면 뻥 뚫린 대로가 그대로 보이는, 그런 곳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출근 후 시제를 마치고 담배를 채우다 정문 바깥을 보면,


테라스의 재떨이와 쓰레기를 정리하러 밖으로 나가면,


 날씨가 좋은 날이면 거의 어김이 없이, 왼편 하늘 위로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진다.








노을을 바라보는 것은 이 곳에서, 이 시간대에 일하는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 중 하나이다(내가 점장님이었으면 채용공고에 '출근 후 1시간 여 아름다운 노을을 즐길 수 있음' 이라고 썼을 것이다).


은 색, 란 색, 주황색, 진분홍색, 혹은 이 색깔들이 적당히 섞인, 때로는 살짝 구름을 장식처럼 얹은 노을매일 다른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곤 한다. 그래서 노을이 진 날에는, '오늘은 이 전보다는 노랗네', '이야~ 오늘은 정말 시뻘겋구나...!'하는 식으로 혼자 중얼중얼 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 색깔이 같은 날은 정말 하루도 없었다. 그저 신기할 따름.








바쁘기도 하고, 이제는 익숙해진 나머지 가게 안에서 잠깐 바라보는 것에 그칠 때가 많아졌지만, 때로 '어머, 이건 꼭 봐야해...!' 싶은 노을이 펼쳐지면 꼭 테라스로 나간다.


잠시잠깐이기는 하지만,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노을진 하늘은 그저 경이롭고, 가슴이 벅판, 차마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담고 있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편하게, 이런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소확행(小確幸)' 이라는 단어가 요즘 인기인데, 이제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는 새 바로 그런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을 나름 잘 실천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이 분야에서 나름 선구자적인 인물인지도...)









노을에 저무는 하루,


가끔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청소 후 깔끔해진 점내의 풍경,


일이 끝나고 맞는 밤바람.









사소해 보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런 것들 덕에, 나는 아직 이 곳에 뿌리내리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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