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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Mar 27. 2018

18. 편의점 알바 김씨와 '출근부'

땡~그랑 하루! 땡~그랑 이틀! 20일만 채워봅시다.


조금 구식이기는 하지만, 우리 편의점에서는 '근태계'라는 것을 쓴다.


군데군데 꼬질꼬질하게 때가 묻은(때 자욱의 모양, 색깔로 미루어 보아 이전 근무자가 나처럼 커피를 매우 좋아했던 것이 틀림없다), 낡은 파일에 꽂힌 종이에 매일의 근무 시간을 꼬박꼬박 기록하는 것인데 이것 참....





감질난다.





이 근태계라는 것이 쓰면 쓸수록 참 감질나는 것이,


출근 직후 근태계를 적으면서 얼마나 종이가 채워졌는지, 그리고 다음 월급날까지 얼마나 더 내 근무일수를 적립해야 하는지 매일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근부를 쓰지 않으며 일할 때보다 더욱 근무자의 입을 바짝바짝 마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월급일인 매달의 12일. 그 날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나의 모습은, 마치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소풍 날이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나를 거울에 비춘듯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 날'은 멀기만 하다것,


즐거운 하루는 언젠가 결국 끝나고, 계속되는 것은 이전과 같은 평범한 매일라는 데에도 변함이 없기에, 월급날이나 주말같은 즐거운 시간들이 지나고 월요일을 맞는 것은 참 고역인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나는 이런 생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근 들어 이런 저런 계획이 세워지고, 이곳 저곳 빠져나갈 데가 많아져 월급을 받은 후 통장이 하루만에 거의 비워지다시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문득,



이토록 간절히 기다려왔건만,

어차피 비워질 통장, 내 것 아닌 돈이구나.



하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






....(눈물)




사실 그래서라기 보다는, 그 하루를 기다리기 위해 나머지 30일 여를 낭비하며 사는 것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하루 이외의 나머지 '하루들'을 조금 더 활기차게, 또 열심히 살아보려 하는 중이다.


물론 이것 또한 갑작스레 시작하려니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조금씩 더 하루가 생기있게 변하는 느낌은 들기에, 적어도 '내가 잘못살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말이 쉬운 만큼 행동은 어려운 법.


방금 전에도 달력으로 월급날인 12일 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고야 말았다.


......








정말 세상에 쉬운 일,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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