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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Mar 30. 2018

19. 편의점 알바 김씨와 '그 때 그 손님' #3

옷깃이 스치는 '찰나의 인연'이란게 참, 대단한 겁니다 알고 보면.


손님들께 계산을 해드리고 보통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돌아오는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그간 인사를 주욱 해오며 느낀 바, 대강 4 : 6의 비율로 인사와 무응답 돌아온다(고 느껴진다).


무응답에는 뭐 익숙해졌기에 상관이 크게 없지만, 간단한 인사치레 혹은 감사의 인사를 마지막에 덧붙여주시는 고마운 손님들께는 인사 한 마디를 더 보태곤 한다. 이번에는 나도 인사치레에서 조금 더 나아가 진심을 조금씩 담아서.









그런데 오늘, 계산을 끝낸 한 손님이 문을 나가기 직전에서야 조그만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 들렸다.


헌데 때마침 계산이 끝나자마자 카운터 구석에서 부시럭거리며 폐기로 나온 빵을 입에 넣기에 여념이 없었던 필자. 우물거리는 사이에 그 손님은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갔다.



필자: 어... 음....(우물우물)




그저 편의점에서 종종 일어나는,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아 벌어진 별것 아닌 작은 해프닝.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나눈 것'이라기 보다는 '점원과 손님' 입장에서 '오간 것'이기에, 더더욱 의미없게 여겨지곤 하는 우리들의 인사. 이번 일도 그저 이 곳에서 수 없이 어긋났고, 앞으로도 어긋나게 될 무의미한 인사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비록 상대방의 타이밍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뒤늦게라도 조그맣게라도 인사를 하려했던 그 손님의 마음만큼은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소하게나마 고마운 일이니까.



이렇게 서로의 뜻은 맞았지만,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아 어긋나는 인사, 인연, 기회, 그리고 사람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았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후회가 멀리 저 편에서 밀려오려 한다. 주로 놓친 것들과 놓칠지도 모를 것들을 놓지 못해 밀려오는 괴로움에 한참을 넋을 놓는다.










에라이. 다 욕심이다. 부질없다.




과거에 스쳐갔던 것들, 미래에 스쳐갈 것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대체 지금 무슨 소용이 있어서 내가 이렇게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나. 그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또는 맺고 있는 현재의 것들에 충실해야지.


이 기회에 나랑 옷깃이 스쳐도 골 백번을 스쳤을, '내 사람들' 한테나 더 잘해보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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