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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Nov 05. 2018

23. 간단한 근황보고

요즘 저와 저희 편의점은 이렇게 지냅니다.


1. 이번 달 중순을 기점으로 필자는 이 곳에서 일한지 1년 10개월이 된다.


2. 그래서 꼴에 터줏대감이랍시고 나름 어깨에 힘도 들어갔고, 주변에서도 좋게 봐주시지만 아직도 매일 매일이 새롭고 배울 것 투성이다. 신기하게도.


3. 그런데도 개인적인 욕심을 담아 여러가지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자체적으로 진행중이다.

1)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기(손님, 물건 등)
2) 허리 곧게 펴기
3) 발음 흐리지 않고 정확하게 하기
4) 손님들과 눈을 자주 마주치기


4. 하지만 매번 그러기가 참 쉽지가 않음을 느낄 뿐이다. 20여 년 간 살아오며 만들어진 관성이 나를 다시 낡은 모습으로 돌려놓고는 해 스스로 흠칫하고야 마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이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인 것인가 싶다).


5. 그렇게 오래 일을 해놓고도, 진상인 손님들을 대처하는 '유도리(?)'는 탑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 딱히 읎다. 오지마세요 임마.)


6. 얼마 전부터 비닐봉투에 값을 매겨 받기 시작한 이후로 계산과정이 조금 달라지고 약간은 복잡해졌다. 아직 말이 꼬일 때가 간혹.


7. 하지만 순기능이 더 크다.

1) 환경보호에 이바지하는 편의점으로 탈바꿈!

2) 눈꼽만큼 사면서 큰 사이즈 비닐봉투를 가져가거나, 두세 개씩 비닐봉투를 마구 집어가 내 신경을 곤두서게 하던 진상들 퇴치!

3) 우리 편의점 매상이 올라간다! 20원의 행복!


8. 혐주증이 생겼다. 아직 맥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나 소주에 대한 혐오감은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저 멀리서부터 비척비척대면서 카운터에 다가와 소주냄새를 풍기는 인간들이 줄지 않는 이상 이 혐오감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근데 전혀 손해가 아니다 이게. 내가 매일 밤을 술로 지새우는 인간이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므로, 내 앞으로의 인생에 더할 나위 없는 플러스가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간 벌개진 얼굴과 비척거리는 다리로 이 곳까지 찾아와준 수많은 반면교사들과 동물들, 그리고 소수의 짐승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근데 다시 와딜란 소리는 아니니 오해는 말고. 팍씨.)


9.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동료 근무자, 새로운 손님 등.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이 자리에서 나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대견하다.

10. 그런데 이제는 점점 그런 마음보다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이구나' 싶다. 아직 제대로 결정난 것도 없는데 뭣하러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이해는 딱히 안되지만.












11. 2년을 채우고 바로 그만두려 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아 앞으로 당분간 편의점 일과 함께 이 글 또한 이어질 예정이니, 기뻐해주십시오 여러분.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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