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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Mar 24. 2020

마무리. 편의점 알바 김 씨의 '근황 이야기'

끝맺음은 하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편의점 알바 김 씨'라는 이름의 매거진으로 글을 끼적이고 있던 사람입니다. 제 마지막 글이 18년 11월에 쓰였으니, 이제 거진 1년 반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 글을 올리게 되는 셈이네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으시겠지만 제 근황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2019년 3월 20일, 그러니까 무려 1년여 전에 알바를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혼자 도를 닦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그래요 백수입니다 백수. 그래도 제 입에 풀칠만큼은 저 스스로 하는 중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출판편집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직업교육도 듣고 하며 출판계에 대한 동경심을 키웠다가 현실에 좌절하고 다시 '전공에 맞는 일'을 찾으러 회귀하고, 힘줘서 쓴 이력서들은 힘없이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또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다가도 '아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슬럼프에 빠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들이 흐르고야 말았습니다. 제 잘못이라면 잘못이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제 인생이니 참견하지 말아 달라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도 않고, 그럴 면목도, 기운도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느새. 많이 지쳤어요 저도.





그놈의 생각, 생각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두었던 것도, 아직까지 취업에 '골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모두 다 생각이 너무도 많았던 탓이에요 사실. 글을 주욱주욱 쓰고 다듬는 데만 엄청나게 공을 들이는 성격이다 보니 미완성본만 넘치고 결과물은 좀체 나오지를 않는 사태가 계속 생기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 글쓰기도 '일'이 되어버리더군요(매번 쓰면서 힘이 빠져나가는 터라 도무지 글을 쓸 생각이 들지가 않는 상황까지 가버렸습니다). 애초에 편의점에서의 알바 경험이 아까우니 기록으로라도 남겨야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글쓰기를 시작했기에 그 에너지가 오래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편하게 매일같이 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완벽'에만 치중했기에 이 사달이 났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퇴고고 나발이고 그냥 편하게 쓰고 보렵니다. 이래저래 투박하고 씹기 어려운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한방에 훅 쓰고 올리는 오만함을 가져봐야겠다 생각합니다(그래도 맞춤법 검사는 꼭 하겠습니다). 그래서, 미완성의 부끄러운 기록이 되어버렸지만 '편의점 알바 김 씨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하고, 다시 새로운 글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두고두고 보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2년 2개월 간 대형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제게 이 자리는 '이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준 고마운 자리였습니다. 사실 이 이전에 제가 수많은 일을 하며 깨지고 혼난 덕에 쌓인 내공이 이 곳에서 꽃을 피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만, 이 곳이 그 꽃을 피울 '비옥한 토양'이 되어주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손님들도 대부분 좋은 분들이셨고, 점장님들도 두 분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특히 저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오후점장님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도 잘하셨지만 저랑 비슷한 부분도 많으셨고(심지어 웃음소리도 비슷했습니다), 여러모로 보고 배울 점이 많았던 참어른이셨어요. 이 자릴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구독을 해주셨던 독자분들께도 죄송한 마음과 함께 심심한 감사를 전해드리며, 앞으로는 더 자주 편한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편의점 알바 김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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