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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Feb 07. 2017

한번 더

그래서, 그러니까, 그럼에도, 그래도 한번 더.

이사를 했다.


고시원과 친구의 집과 쉐어하우스를 거쳐 2014년

망원동에 자취라는 것을 시작했더랬다.


돌이켜보면 정말 지금과 반대로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집이 작다는 아쉬움도... 조금 깔끔하지 않다는 불만도...

올해는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조급함 같은 것도 말이다.


첫 자취를 시작할 땐 마냥 좋았었고

그래서 뭔가 더 시도해보지 못한 것 같다.


망원동 생활을 시작할 적엔

친구들도 부르고 파티도 할 요량으로 그릇도 사고,

이것저것 마련했지만 실제로 초대가 이뤄진 적도 많지 않다.

집에서 홈레코딩도 해보고 이래저래 집을 꾸며보자는 마음도

잊어먹게 되었다.


그저 나의 공간이었고,

좋은 싫든 내가 살아간 흔적이었다.


계약이 끝나고 이사 준비를 하면서 많은 곳의 집을 보러 다녔고,

여자친구가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우리가 마포구부동산을 얼마나 쑤시고 다녔는지

마포구 부동산 직원들끼리 우리 이야기가 돌아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연남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생각해본 적 없는 곳이다.

거기다 더 비싸게, 더 작은 집으로 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난 이사를 하며 새로운 집에 적응을 해가며

이 말을 자주 되뇌었다.


한번 더.


망원동의 지난 2년은 나에게 행복도, 즐거움도, 수술 때는 시련과

외로움을 준 곳이기도 하지만.


새로이 시작될 이 공간에선 무엇이든 한번 더.


이제는 연애 같은 거 예전만큼 못하겠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한번 더.

서울생활 6년 차가 되면서 아직 이룬 것 하나 없지만 그래도 한번 더.

집에 친구들 한번 변변히 초대 못했던 삶이지만 그러니까 한번 더.

무엇을 해도 모자라고 부족했던 나였지만 그래도 한번 더.


그래서 요즘 나는 한번 더, 한번 더. 를 속으로 외친다.



이룬 게 없었다.

모아둔 돈도 없었고,

그렇다고 거창하게 결과물이 남지도 않았고,

뭐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다.


이사를 하는 동안 부모님과, 여자친구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얼마나 가진 게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 한 가지로 그들을 설득했다.


그럼에도 한번 더.


나 한번 더 해봐도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한번 더 해야지.

그럼에도 한번 더 해봐야 뭐든 닿게 될 거다.


이제 집에서도 녹음할 거고,

친구들을 초대할 거고,

제대로 그릇에 담아 먹을 거다.


침대를 놓고, 식탁을 고,

볕 드는 곳에 앉아 여자친구와 사람들과 커피를 나눠마실 것이다.


이것이 올해의 다짐이며,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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