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동안 매일 읽고 매일 글쓰기 31일 차
" 얘들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뭐야?"
아빠의 질문에 아이들은 모두 "바다에서 논거요."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잠시 구르고, 뛰고 그네 탔던 그 시간을
가장 좋은 순간으로 꼽는다.
남편이 나에게는 묻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1일 1 빵집 '이 너무 좋았다.
평소에는 대놓고 빵을 먹지 못했던 수개월.
빵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혹도 잘 참아 넘겼다.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들린 카페들은
대형 베이커리로 빵 종류가 수십 가지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언제 이 빵을 다 만들어 오전부터 파는 걸까?
뒤에 수십 명의 베이커들이 포진되어 있지는 않을까 혼자 궁금증에 빠졌다. 맛도 얼마나 환상인지 세계 최고인 것 같다.
어제 아침에 들린 양양에 있는 바다뷰
제빵소에서 오픈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계산하려고 줄 서는 통에 직관적으로
빠르게 빵을 3개를 골랐다.
그 많은 빵 중 3개 고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계산하러 서 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10분은 더 고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들의 원픽 소시지빵과 에멘탈 치즈빵, 양파크림 치즈베이글을 고르고
바다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아 매일 빵만 먹고살면 얼마나 좋을까?
빵이 건강에 좋고 살이 안 찌는 음식이면 좋겠다.'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구수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그동안 못 누린 호사방구를 껴본다.
양파크림치즈 베이글은 안의 필링이 느끼하면서도 씹히는 양파가 내 입맛에 딱이었다.
2조각이 남아 고이 포장을 했다. 내일 먹어야지 하는 심오한 계산을 하면서 말이다.
그럴 리 있나. 한 조각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야금야금 먹었고 남은 한 조각을 오늘 아침으로 먹으며 남은 행복을 느꼈다.
내면의 소리는 들리지만 개학하면 다시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있다.
한 달간은 밀가루는 제한해야 할터인데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자.
한국은 베이커리의 천국이라지.
그래서 나 같은 빵순이들은 빵이냐, 건강이냐 선택해야 하는 중년의 때를 맞이한다.
어렸을 때야 혈당에 큰 영향을 못 느끼니 체중문제 아니면 걱정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조금씩 먹으며 운동한다면 건강에 큰 무리 없지 않겠냐만은 빵을 조금씩 먹을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터이니 결국은 빵과는 자주 만나면 안 되겠다.
빵에게 또 K.O 당했지만
잠시나마 행복함을 주었으니
한 동안 질척거리지 않고 사라져 주겠다.
잘 있거라 빵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