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국어시간 시를 쓰는 시간에 한 남자아이가 쓴 시에 일부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글을 살펴보는데 학교에 대한 아이의 부정적인 마음이 느껴져 짠해졌습니다.
"00아, 학교가 지옥같았구나. 올 해는 우리 00이가 학교에 오는 일이 즐거울 수 있도록 선생님이 노력할게. 00이의 미덕을 많이 깨워줄게."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살짝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러더니 시키지 않았는데도 지우개로 그 내용을 지우더니 조금은 순화시킨 표현으로 바꾸었습니다.
미덕교육 2년차에 악명 높은 6학년을 만났습니다. 사춘기 초입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할 1년이 설레기도 하였지만 조금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덕교육을 하겠다고 첫 날 소개를 하니 아이들은 사실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노라고 나중에 일기를 통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들과 미덕교육이 잘 될까 걱정도 있었지만 미덕교육 첫 해 느꼈던 감동이 식지 않은터라 열정적으로 미덕을 꺼내주려고 노력했지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매 시간 필요한 미덕은 바로 존중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존중하기에 훈육이 필요할 때에도 이름을 불러 명령하지 않고,
"지금 수업에 선생님에 대한 존중을 꺼내줬으면 좋겠어요. 수업에 집중하고 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는 것.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존중이고 선생님은 그런 여러분을 볼 때 존중받아서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면 딴짓하던 아이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도 다시 집중을 하게됩니다.
목표가 아이들의 집중이라면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요?
저는 미덕을 들어 설명하는 후자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름불러 혼내면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하기도 했지만 특히 사춘기의 아이들은 더 큰 반발감으로 선생님에 대한 반감을 조금씩 쌓아가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이 혼나기도 해야지 너무 친절하기만 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훈육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존중하며 미덕을 꺼내주었기에 오히려 아이들은 선생님을 더 존중해주고 자신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쉽게 바꾸었습니다.
청개구리 같은 아이들이 내 자녀, 내 학생이라면 아이들을 존중하며 올바른 행동을 할 것을 믿어줘보세요.
반드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한 것 보다 그 존중에 감동받고 몇 배로 갚아준답니다.
6학년과 미덕교육을 하면서 아침활동으로 미덕글쓰기를 했습니다.
존중, 사랑, 배려, 친절 등의 미덕이 나올 때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미덕을 찾아 칭찬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우리를 존중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는 아이들의 글에 저는 교직에 있다는 현실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잔소리나 강압적인 훈육에 지치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희들에게 52가지의 미덕이 다있다 라고 말해주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미덕으로 칭찬해주는 교사를 통해 더욱 미덕을 꺼내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반에 들어와 수업하던 보건선생님도 "이 반은 다르네요. 저는 모든 반을 들어가잖아요. 진짜 달라요."라고말해주셨습니다. 물론 제가 미덕교육 연차가 적어 1년을 열정적으로 끌고가는 힘이 적어 학년 말에는 흐트러지기도 하였지만 1년동안 저희반에는 욕은 커녕 아이들이 자주 말하는 "망했다"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애들아 망했다는 미덕의 언어가 아니란다. 그럴 때는 아쉽다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이 한 문장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언어습관을 교정합니다.
이것보다 효과적인 훈육법은 없었습니다.
학기초에 몇 번의 싸움이 있었고, 체육시간에 몸 싸움까지 간적이 있었습니다.
두 친구는 전 학년에서도 잘 싸우는 아이들로 유명했습니다.
체육시간 사소한 말투때문에 벌어진 몸싸움으로 얼굴에, 손등에 손톱자국이 남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둘을 불러 호되게 혼내고, 반성문도 쓰게 했을텐데
저의 마음속에서는 ' 아, 이 아이들에게 미덕을 깨워줄 시간이구나.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 존중, 인내의 미덕이 아직 잠들어서 그런거야.'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불러 진정케하고 각자의 입장을 들어주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각자 화난 부분이 있었고 들어보니 이해가 갔습니다.
"그랬구나. 선생님이 들어보니 너희들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가네..
그럼 애들아, 이번에는 그 상황에서 너희가 꺼냈으면 좋았을 미덕은 무엇이었을까?"
화가 식지 않은 아이들은 쉽게 미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더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듣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어보자, 조금 진정된 아이들은 " 인내요, 배려요"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드디어 미덕을 찾아낸 아이들이 대견했습니다. 신기하죠. 미덕교육을 하니 싸워서 온 아이들도
그저 이쁘고 대견하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그래 잘 찾았구나. 맞아 인내와 배려의 미덕을 꺼냈으면 좋았겠지? 그런데 너희 잘못이 아니야. 너희 안에는 그 미덕들이 다 있는데 아직 지하에 잠들어 있어서 그래. 이번에 배웠으니 다음 번에는 그 미덕을 꺼내보자. 너희들은 할 수 있어." 아이들은 잘못해서 혼날 생각에 기분이 더 안 좋았는데 선생님이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오히려 미덕이 있는 아이들이라 하니 조금은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누가 먼저 용기의 미덕을 꺼내 자신이 잘 못한 부분만 사과해볼까?"라고 말하니
아이들은 정말 고맙게도 용기의 미덕을 꺼내서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고마워. 이렇게 용기의 미덕을 꺼내는 너희들이 참 대견하다. "
아이들은 혼날 생각을 하다 선생님께 칭찬까지 들으니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평온해진 마음으로 다시 체육관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 두 아이들은 나중에 또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몇 번의 미덕훈육을 통해 배려와 존중의 미덕을 꺼내게 되어 싸움이 정말 거의 없는 1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나쁜 아이들이여서, 혹은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자신안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 인내등의 미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을 알려주자 아이들은 스스로 꺼내려는 노력을 하였고 그결과 평온한 6학년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지옥이다라고 썼던 아이는 때때로 선생님의 신뢰의 미덕을 칭찬해주고, 롤링페이퍼에는 짧지만 사랑한다는 문구를 써서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진정원하는 것은 올바른 것을 가르쳐주려는 어른들의 태도에 빠져있던 존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존중안에서 훈육하고 믿어주면 어른들이 생각한 것보다 빨리 자신의 행동을 교정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더 반항이 심해지나요? 교사나 부모의 말에 귀를 닫고 있나요? 그렇다면 어른인 우리에게 혹시 아이들에 대한 존중이 있었는지 한 번 돌아보세요. 아이들은 자아가 성장하고 있기때문에 자신을 어른과 동일하게 존중해주는 태도에서 자신들도 더 성숙한 태도를 선택하기로 결정합니다.
저희 집에도 중1인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까지 미덕교육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믿어주고 미덕으로 칭찬해주고 존중해주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춘기는 커녕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교정한 철길 이를 환하게 보여주며
미소짓습니다. 덩치 큰 아들이 사춘기를 접어들며 감내해야할 많은 일들 앞에
엄마로서 격려하고 믿음의 말들을 들려주니 아이는 엄마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동을 올바른 쪽으로 선택합니다.
미덕교육은 어렵지 않습니다.
몇 번만 해보고 입에 익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담임이야 1년 영향을 주지만 부모는 어떤까요? 가정에서 미덕으로 아이들을 양육해보세요.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날거에요.
어른인 우리도 존중받으면 좋잖아요. 행복하고요.
사춘기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존중. 그 안에 사춘기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