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역 쪽방촌의 아침_ 아침애만나

66일 동안 매일 읽고 글쓰기 3일 차

by 버츄리샘

매일 아침 6시가 되기 전 서울역 근처에 있는 '아침애만나'는 쪽방촌과 서울역 노숙인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아침밥 준비로 분주합니다. 이곳은 이랜드 복지재단이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과 서울역 근처 노숙인 등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입니다. 요일마다 섬기는 교회들이 일산, 인천 등 각지에서 새벽같이 모여 정성 담긴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가 봉사를 맡고 있습니다.


아침애만나를 섬기는 공동체




아침애만나 식사봉사

각가지 사연들을 안고 쪽방촌으로, 노숙으로 살아가는 이 분들에게 따스한 아침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저 한 끼를 먹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환대받는 경험을 통해 다시 힘을 내어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거 먹어요"

수줍게 내밀어 챙겨주시는 몇 알의 사탕이 그분들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야 기껏 2달 봉사지만,

요일마다 귀한 봉사자들정성 어린 밥 한 끼를 위해 자신들의 새벽시간을 기꺼이 내놓습니다.

더 깨끗하게, 더 따뜻하게 대접하려고 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속에 쪽방촌의 아침은 매서운 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도 따스한 온기가 퍼져 나갑니다.


60대 이석훈(가명) 씨에게도 이곳에서의 밥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늘 죽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며 밝게 웃어 보인 그는 한때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역을 떠도는 동안 그를 비참하게 만든 건 가난보다 외로움이었다. 세차게 비가 내린 어느 날, 젖은 박스를 덮고 자다 깬 날을 그는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적었던 글을 읽어줬다.
‘비가 옵니다. 텅 빈 서울역 광장에. 비가 옵니다. 가난한 내 가슴에. 흙수저로 태어나 한 번도 잘 살아보지 못하고 병든 몸으로 마지막 세월을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내 가슴에. 비가 옵니다.’
쪽방촌 밥 한 끼의 무게는…“외로움을 극복하는 힘” (동아일보 2025.01.13 기사 중)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는 점점 분열이 심각해지고 극심한 이기주의가 팽배해,

사람 간의 정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서울역 쪽방촌의 아침은
아무리 영하의 날씨라도
온기 가득한 사람 간의 정이 흐릅니다.
그리고 낮은 곳을 찾아다니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그 곳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의 두 갈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