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습고 덥한 7월 첫째 날, 덜 마른빨래처럼눅눅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1시간. 60분의 짧은 만남을 위해버스에서 지하철로갈아탔다.
- 괜히 나왔나, 담에 갈 걸 그랬나.
- 아니야, 낼부터 비 온다 했으니 나오길 잘한 거야.
가는 내내 손바닥 뒤집듯 마음 엎치락뒤치락거렸다. 그녀의 일터 앞에서 '짜잔'하고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왜, 없는 거지?'
- 언니 보러 카페 ** 들렀는데 어딨어?
- 오늘 직원회의가 있어서 옆 건물 7층에 있어.
- 앗. **이 줄려고 산 책 챙겨 왔는데
- 어째ㅜㅜ 나 12시 넘어서 마칠 거 같은데, 얼굴 볼 시간 없겠다.
예고없이 나타나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가도 늘 볼 수 있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예상이 틀리고 말았다. 라떼 한 잔을 시키고 의자에 앉아 폰을 만지작 거렸다. 지루한 장마를 예고하는 듯 창밖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했다.
- 다음에 올 걸 그랬나. 집에 있으면 유튜브만 주구장창 봤을 건데,휴대폰 사진첩이나 정리하지 뭐.
갤러리 폴더에서 캡처해 둔 글귀를 하나씩 읽었다. 슬며시 애정이 갔던 말, 어딘가에서 꼭 써먹고 싶던 말,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던 말, 한 편의 글로 녹이리라 다짐하게 만든 말,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웠던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중 모 작가의 인스타 글이마음에 닿았다.
우정에 관한 과학을 다룬 책, 로빈 던바의 <프렌즈>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어떤 사람에게 1.6Km 반경 내에 사는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 높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바로 옆집에 사는 사는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34% 높아진다.
이 말을 해석해 보면,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에 사는 친구가 행복하다면 난 25%의 확률로 행복해진다. 그리고 수시로 마주치는 이웃이 행복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면 내가 행복해질 확률은 9%가 더 늘어나 34%다.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도 어느 정도 행복해질 수 있다.만나면 기분이 좋은 사람,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에게는 흔쾌히 떡 하나 더 줘도 된다. 그럼 난 떡 하나 얻어먹어도 될만한 사람인가? 이에 대한 답을 그녀의 톡으로 대신한다.
- 힘 안나는 데, 현아와 있어서 좋았네.
직원 간식으로 나온 떡을 종이컵에 담아 건네주곤 떠난 그녀. 눈인사만 하고 간 게 못내 아쉬웠는지 톡을 보냈다. 전해 줄게 있어 갔을 뿐인데 떡도 먹고, 힘도 전해준 사람이 되었다.
카페를 나서는데 습기를 머금은 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둘러싸였다.이상하게도 기분이좋았다. 가방에 넣고 온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이 정도 날씨는 선그리 하나면 되지.' 그녀에게 준 기운이 되돌아온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