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마저 기능적이어야 하는 삶
모든 인류의 문제는 인간이 혼자 방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파스칼-
조용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예비 번아웃 환자'
언제 부턴가 심심함에 대한 두려움,
편해지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생겼다.
바빠야 살아남는다는 생각과
쓸모 없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내 주위를 맴돈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온전한 휴식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다.
대신, 불시의 요구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간헐적 쓰임에 응답하는 일에는 더 익숙해졌다.
누군가 '고기능성 불안' 이란 말로
포장해 주지만,
휴식마저도 기능적이여야 하는
프리랜서의 일상은 고달프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삶.
그렇다.
프리랜서의 하루는 시작과 마무리가 단단해야 한다.
계획대로 마음 먹은 대로 얼만큼 해냈느냐 보다
못 했으니 내일은 더 다음 주는 더
잘 해내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삐가 풀어지고 쓰임 없는 삶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를 세우고 잡는 일이 일상이 되도록.
무너지기만 하는 수 일을 대비해 룰을 정한다.
'비 오는 월요일은 무조건 쉬기'
'생리기간 이틀은 쉬기'
'허리나 손목이 아프면 쉬기'
'내 인연을 만날 땐 쉬기'
풀고 조이는 매일의 긴장이 모여
훗날 바라는 모습이 된다면
애매한 휴식도 괜찮다.
우연히 켠 노트북에서 확인한
의뢰와 제안 소식은 한없이 달콤하다.
온전한 휴식을 반납하기 충분할 만큼.
미래의 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고기능성 불안을 떠안는다.
미련하지만 단단한 존재,
돈 보다 의지를 높이 사는 나는 프리랜서 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