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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Dec 08. 2022

어린이 자료실에서 시장조사 하기

전업주부의 동화작가 도전기 두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onlykhsa/70


1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무얼 써야 하나.'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다.



초5, 초2 두 아들 틈에 끼어 주말마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토요일 오전 10시 , 아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면  도서관 옆 카페 라테를 마신다.


하지만 동화 쓰기를 마음먹고금쪽같은 그 시간을  포기했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발이 묶인 채 아이들이 앞다투어 뺏어 읽는 책, 꽂아 두자 마자 없어지는 책, 반납과 동시 대출로 이어지는 책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시장조사'다.  


서점에 가면 어린이 서적 대부분이 테이핑 돼있어 아이들이 책을 펼쳐 보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서점에 가면 아이들이 없다. '예비 독자를 만날 수가 없다.'


오히려 학원이나 방문수업을 통해 책을 숙제처럼 읽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니 책을 사거나 빌리는 일도 부모의 몫이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도서관이 유일하다. 아이들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은 보통 학교와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인데 그마저도 코로나 기간 동안 문을 열지 않았다.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는 환경은 어쩔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주말 오전 어린이 자료실은 시장터다. 누워서 보는 아이, 엎드려서 보는 아이, 기대서 보는 아이,  그리고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만 하는 아이.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그 공간에서 통일된 장면 하나는 그곳의 아이들 80% 손에 만화책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너덜너덜해진, 흡사 걸레 같은 만화책을 서로 읽으려 쟁탈전을 벌인다. 진열대에 올려놓자마자 팔리는 한정상품 같다. 심지어 키가 나만한(중학생으로 추측) 아이는 WHY책을 펴놓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만화책을 실컷 읽고 싶어 오는 곳이었다.






그들에게 만화책이란, 휴식이자 문화였다.


아동 베스트셀러만 봐도 그렇다. 흔한 남매, 정브르 등 유튜브 스타가 등장하는 만화책이 시리즈물로 나와 팔리고 또 팔린다. (도서관에서 쟁탈전이 심한 책도 이런 부류의 책이다.) 나 또한 돈을 들여 사기 아까워 도서관에 대출예약을 하려 들면 100% '대출예약'이 되어 있다.


'흠, 역시 만화책이 아동 출판계를 먹여 살리는 군.'

'하지만 내가 만화책을 쓸 순 없잖아.'


그런 류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스타 거나 카카오 같은 캐릭터다.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줄거리는 글 작가가 따로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원작이 흔한 남매면 글 한은호, 그림 유희석, 감수 흔한 컴퍼니로  흔한 남매 콘텐츠에서 나온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줄거리를 붙이는 식이다.


심지어 크리에이터 그룹에서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스타와 랜선 미팅을 하거나, 선착순으로 굿즈를 보내주는 등 판매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사 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책이 된다.


'만화책이 아니라면'


정말 배꼽 빠지게 웃겨서 '야, 이거 읽어봐. 재밌어'라고 친구에게 휙 던져 줄 만한 책, 읽는 내내 유쾌해서 입소문이 알아서 퍼지는 책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의 주관심사가 반영된 아이들 마음을 대변하는 소재가 필요하다.


아니면 철저하게 교과 학습에 보탬이 되는, 프랜차이즈 논술학원에서 수업하기 좋은, 현시대의 문제점이 반영된 책이어야 한다. 지갑을 여는 사람은 부모니까. 책을 읽었을 때 기대효과, 즉 상식과 문해력을 높이며 자녀의 삶에 보탬이 될 만한 교훈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아, 어렵다. 도대체 무얼 써야 할까?' 


난 또다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 3편에서 계속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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