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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이모 May 04. 2023

어린이날, 어린이를 생각하는 어른들의 마음

요즘 학교 알림장

낯선 사람 조심,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수나 과자 절대 받지 않기가 고정문구가 된 요즘 알림장.




흔한 사탕하나 과자 한 조각을 건네받는 것조차도 '의심'과 '경계'를 해야 하는 사회.

피하고 모른 척해야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란다.


무엇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을까?


범죄심리학, 법의학, 프로파일러......

요즘 내 유튜브에 뜨는 영상주제다.

우연히 본 지선 씨네마인드란 프로그램이 시작이었다.



'영화'를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사회 심리학적 관점으로 파헤쳐 보는 방송. 너무나 신선했다.


영화 보는 걸 워낙 즐기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의 행동과 표정, 대사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주는 흔치 않은 방송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박지선 교수님의 시선이 담긴 새로운 해석을 들을 때마다 살짝씩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러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관련 동영상으로 뜨더니 프로파일러, 법의학, 국과수 관련 종사자들이

출연하는 영상이 줄줄이 유튜브에 떴다.


홀린 듯 클릭해 3~4시간을 며칠 내 봐버렸다.

만보를 밥 먹듯 찍던 내 걸음 수가

요 며칠은 70보를 안 넘었으니...


나를 소파에 딱 붙어 있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죄책감'이었다.



사건의 피해자, 특히 미제 사건의 피해자는 여성 또는 어린이가 대부분이었다.

범죄자 보다 더 미안해하고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숙연해졌다.


'직업'으로서의 본분을 넘어 '생명'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들은 어떠한 대가를 바라기 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의 굴레에 스스로를 묶어 놓은 듯했다.

어쩌면 어리고 약한 자들에 대한 그 마음 덕분에 해가 질 때까지 놀고 들어온다는 아들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5월, 어린이날이다.

두 녀석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사줬다.


선물을 사주고, 놀이공원과 행사장에 데려가는 것만이 어린이를 위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수고를 더하는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날,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어린이를 생각하는 어른들의 마음도 한 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PS. 어린이날만큼은 즐겁고 안전하게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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