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중소출판사 제작비를 지원해 주는 사업에 제 원고로 응모해 보겠다면서요. 200자 내외의 간단한 소개 글을 요청하셔서 적어보았습니다.
이렇게요.
글쓰기와 돈 얘기를 즐겨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제 강사.
남편과 함께 우리 아이 주식 부자 만들기 (2022. 진서원)를 썼어요. 문득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은 뭘 까?’를 고민하다 두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동화를 쓰다 보니 하나둘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그 속에 그때의 ‘나’도 있더라고요. 억지로 삼켰던 감정을 들춰보다 감춰 둔 슬픔을 가지런히 글로 옮겼어요. 아직도 종종 오래된 눈물을 터트리곤 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아요. 가슴속 이야기를 전할 친구들을 만났으니까요.
오래도록 때 묻지 않은 영혼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에요.
두 시간 동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완성한 글이에요. 쓰고 나니 덧붙이고 싶던 이야기가 줄줄이 새 나와 몇 자 더 적어볼까 해요.
6학년 때 일이에요. 뒤뜰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학교를 다녔어요. 맥주병을 들고 싸우고, 그걸 본 아이가 벽돌을 집어 들고 달려오는 광경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어요. 교실 유리창이 종종 깨졌고, 교실 뒤에서는 의자가 날아다녔어요. 갓 부임한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말고 교장실에서 울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그러려니 했어요.
고등학교를 가고 나서 알았어요. 아, 내가 살던 동네가 그런 동네였구나. 먹고살기 힘든 어른들이 모여 사는 초라한 동네. 머리에 피가 마르기 시작하자 그 동네 출신이라 말하기가 슬슬 꺼려지더라고요. 그러다 시간이 꽤 지났어요.
어쩌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동화를 쓰는 사람이 되었어요. 동화를 쓰며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리다 보니 이제야 하나둘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마음 둘 곳 없는 친구들,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 지나치게 외로워서 사실은 모든 게 두려웠던 그들이요.
“얘 네 집 중국집 하잖아.”라고 의미 없이 뱉은 말에 왜 발길질을 해댔는지. 전학 온 얘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별명을 붙여주며 왜 그들을 장악하려 했는지. 교실에서 물건이 없어졌을 때, 모두가 눈을 감고 있던 상황에도 왜 끝내 손을 들지 못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나 어른이나 똑같더라고요.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요.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 누구나 화가 나잖아요. 나보다 힘세고 돈 많은 사람이 내가 일궈둔 걸 빼앗을까 불안하기도 하고요.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 마냥 솔직하게 살 수도 없고.
아이도 어른도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고, 완벽할 수 없다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해도 되겠구나. 웃기고 재미있는 건 흔한 남매에게 맡기고^^.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써보자!’란 용기 덕분에 이제는 가방 속 노트북이 무겁지 않아요.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만큼,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읽는 사람도 늘었으면 해요. 하하하 웃게 만드는 휴식도 좋지만, 눈물 맺히도록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감응도 때론 필요하니까요.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저의 첫 동화가 세상에 나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메꾸고 있어요. 얼마 전에 그림작가님의 스케치를 받았는데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이 너무 좋아 편집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 그림작가님을 섭외하셨어요.) 제 예상대로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이더라고요. 글과 아주 잘 어울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