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동화를 써보겠다는 당신에게
거듭말하지만 난 초보 작가다. 꼴랑 <우리 아이 주식부자 만들기>라는 에세이 같은 애매한 재테크 책 한 권을 냈을 뿐.
그렇다면 동화책 읽는 걸 좋아했을까? 그건 또 아니다. 만화책 대신 글밥책을 읽기를 바라서 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책 표지와 제목을 고르는 눈만 있을 뿐. 그림책과 동화책 세계를 주름잡는 유명작가의 이름도 모르고, 국내외 수상작품의 제목을 줄줄 외우고 있지도 않다. 이도저도 아닌 내가 동화를 써보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앞서 적은 글에 있다.
https://brunch.co.kr/@onlykhsa/74
잠깐 요약하자면,
1.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처럼 한국의 철수와 영희도 자기 힘으로 돈을 벌고 관리하며, 꿈을 실현해 나갔으면 해서
2. 어린이를 위한 '돈의 속성(김승호 저)'과 같은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혹시, 진짜 나오려나)
그렇다. 단 2권의 책이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목표와 타깃은 분명한데, 안타깝게도 난 스킬이 부족하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주로 썼던 글은 주로 그날의 경험, 감정, 느낌이 주가 된 '에세이'형식에 가까웠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에만 집중하면 어느 새 A4 한 장 분량의 한 꼭지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동화는 어떻게 써야 할까?
'경제'와 '용돈'이 들어간 동화책을 도서관에서 있는 대로 빌려왔다. 어떤 인물이 등장하는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한 챕터당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유심히 살펴봤다.
책을 읽다 보니 경제 동화라고 하는 책은 무늬만 동화인 책이 대부분이었다. 백과 사전식 정보전달이 주가 된, QnA 형식을 빌려 어려운 경제지식을 풀어 설명하는 책이 많았다는 뜻이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드러내기 위해 안달 난 사람들이 쓴 글을 꽤 읽어봤다. (신문 사설을 자주 읽는 편이라) 난 이만큼이나 알고 있는데 독자, 너는 알고나 있었어?라는 느낌이 들 때마다 썩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 받는다면? 주로 고학년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서적에서 안타깝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경제는 어려운 학문'이란 고정관념이 어린이 자료실 책장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한 생각마저 들게 했다.
또 한 번 다짐했다.
'쉽게 써야지, 정보와 지식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경제동화를 써보는 거야.'
두 아들이 '용돈'을 받으며 겪었던 이야기에 살을 붙여야 했다. 에세이와 다르게 철저히 '아들'의 입장에서 글을 써내려 갔다. 문방구 뽑기 기계 앞에서 남모르게 침만 질질 흘렸던 아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비싸서 못 사줘!'란 말을 들었을 땐 또 어땠을까? 친구들이 포켓몬 카드를 한 팩씩 살 때마다 구경만 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아닌 아홉 살 ~ 열한 살 즈음의 아들로 '빙의' 했다. 철저하게 그들의 입장이 되어 느낀 감정을 뽑아내기 위해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머릿속의 수많은 얼굴과 표정이 지나쳐갔고 그 감정의 가닥들이 모여 주인공이 탄생했다. 강하와 준휘라는 이름으로.(이것은 스포) 이름을 짓고 나니 (아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애매한) 주인공들의 얼굴, 눈매, 말투, 행동, 제스처, 옷차림 등이 저절로 생각이 났다.
정리하자면, 내가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내가 만든 캐릭터 (상상 속의 인물)가 된다면 그건 에세이가 아닌 동화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소설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아마 에세이와 동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내면을 향한 집요한 물음이 계속된다면 에세이를 쓰면 된다.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아이의 말투로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면 그건 동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진짜 동화를 쓰고 싶다면 내가 만든 캐릭터로 내가 빙의하면 된다. 화쟁이 엄마인 나 또한 한때는 순수하고 나약하지만 때론 엉뚱하고 용감한 어린이였으니. 누구나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으니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동화일 테다. 그러니 겁먹지 말자.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
전업주부의 동화작가 도전기 4편도 쓸 수 있으려나? 써야겠지? 네 쓰고야 말겠어요.
<1편> https://brunch.co.kr/@onlykhsa/70
<2편> https://brunch.co.kr/@onlykhsa/72
<3편> https://brunch.co.kr/@onlykhsa/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