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사람들

하기 싫어 죽겠던 일이 설렘으로 바뀌는 현상

by 작업공방 디렉터

직장에서 올해는 반드시 꼭 피해 가고 싶었던 감투가 있었는데 역시나 약하게 거절한 사람이 감투를 쓰게 되었다. 바로 나다. 그 감투로 나는 '주임'이라는 직책 외에 회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회장으로 당선이 되고서 2주 정도는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서 담이 걸리고 수면 장애를 겪었다. 그만큼 이 감투 때문에 벌어질 일을 나의 현재 일상에 담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감투를 함께 받쳐줄 실행위원들을 모집했다. 15명의 거절을 받으며 마음은 더 심란했다. 감사하게도 최종 4명의 멤버가 함께 해주기로 연락을 해왔고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전히 마음은 이 감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고 불쑥 떠나버릴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고 해야 정확하다. 감사하게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아준 4명의 직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함께 해주기로 마음먹었던 이들을 뿌리치고 내가 이 감투를 내던져 버린다면?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그렇게 마음을 서서히 잡혀갔다.


그렇게 지난주 첫 모임을 가졌다. 세상에 한 직장에 직원이었지만 서로 이름만 겨우 알고 대면해서 인사를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사이가 아닌가. 자기소개와 1년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1시간 정도 진행했고 제법 해볼 만한 아이템들이 나왔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이 감투에 대한 부담이 설렘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실제로 첫 모임을 마치고 팀원들과 아내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설렘으로 바뀌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첫 생중계 모임으로 회장단 소개를 전 직원들 앞에서 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준비한 이벤트와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가지고 제법 즐겁게 라이브 송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모임 후 설렘이 조금 더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벌어진 이 마음이 나는 너무 신기하다.


여전히 맡겨진 감투를 잘 이해하겠다.라고 선포하듯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담에서 설렘으로 바뀌는 이 마음이 안내하는 대로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이렇게 바꾸게 해 준 4명의 실행위원 임원들에게 1년 내내 아니 평생 감사할 것 같다. 평생의 친구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사람과 '함께'하는 가치를 더 깊이 배우게 되었다.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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